[백스테이지]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입력 : 2010.02.08 16:34

'추노'와 닮은 돈키호테 이야기 … 가슴 울리는 노래의 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추노'는 '돈키호테'를 닮았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노래를 듣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맨오브라만차'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책,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뮤지컬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가 문학사적으로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세르반테스는 반미치광이 노인을 통해 스페인의 기사도를 조롱하고 계급사회를 풍자한다. 국가의 몰락과 가치의 혼란 속에서 돈키호테는 현실에 눈감고 이상을 쫓는다. 역사적으로도 두 작품의 시기는 비슷할 것이다.

'추노'는 병자호란(1636~1637) 직후의 조선을 창작했고 세르반테스는 16~17세기 에스파냐의 격변하는 현실을 그렸다.

소현세자를 주군으로 모시다 누명을 쓰고 노비로 전락한 장군 송태하(오지호)는 올곧은 이상주의자다.

역사의 주도권은 반대파의 손에 들어갔지만, 그는 역사의 물줄기를 홀로 거스르려 한다. 도망 노비가 되어 수많은 칼과 창의 추격을 기어이 뚫고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잃어버린 꿈이다.

이 대목에서 송태하의 대사는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과 겹쳐진다.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본분"이라고 외치는 돈키호테의 엄숙한 표정과 함께 말이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중략)/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10년간 노비 언년이(이다해)를 찾아헤맨 추노꾼 대길(장혁) 역시 돈키호테의 일면을 닮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함박눈을 배경으로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언년의 모습은 대길의 머리 속에 죽음 보다 깊이 각인된 기억. 언년을 향한 그의 연모는 여관집 하녀 알돈자를 보며 '둘시네아'를 읖조리는 돈키호테의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오 나의 마음을 앗아 간 분 /(중략)/그대를 늘 볼 순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하나였소."

저잣거리를 떠돌며 몸을 팔던 설화(김하은)는 알돈자의 판박이다. 설화는 지난 8화에서 "내 몸값 나도 안다고. 흉년엔 쌀 두말 반이고 풍년들면 다섯 말까지 쳐준대. 일곱 식구, 길어야 달포 먹고 끝나는 쌀값 밖에 안되는 년이야"라고 자조한다.

설화의 독백은 악다구니와 증오로 폭발하는 알돈자의 노래 '다똑같아(Its all the same)', '알돈자(Aldonza)'와 포개진다. 여관을 찾은 노새꾼들이 알돈자를 희롱하며 하룻밤을 구걸할 때 알돈자는 "어떤 놈이든 상관없어, 다 똑같아 /불끄고 누우면 누구나 하는 짓은 매한가지 /사랑 타령은 집어치워, 그런 얘긴 신물이 나 /돈이나 듬뿍 집어줘, 주는 만큼 돌려줄게"라고 노래한다.

또 노새꾼들에게 몸을 짓밟혔을 때는 자신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준 돈키혼테를 향해 "잘 좀 봐봐요 나를 좀 똑바로 보라고 / 땀 질질 흘리는 부엌데기 /똥통에서 태어나 여기서 죽겠지 /따먹기 쉬운 여자 /내가 당신 눈에 창녀처럼 안 보인다면 /조금만 더 써봐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라며 절규한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불후의 명작을 두시간에 압축해 놓은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깊이를 운운할 수야 없겠지만 돈키호테 역을 맡은 류정한 정성화, 알돈자 역을 맡은 이혜경 김선영의 노래는 가슴을 울린다.

'맨오브라만차'의 힘은 확실히 노래에 있다. 설사 나머지 요소가 범작에 가깝다 해도 불만은 없다. 1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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