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들은 노처녀라는데 그는 날 여왕이라 하네

입력 : 2010.01.20 23:36

연극 '뷰티퀸'

이 연극은 죽기 살기다. 딸을 붙잡아두려는 엄마와 도피를 열망하는 딸이 충돌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대결이다. 마흔 살의 딸은 외출조차 허락하지 않는 엄마에게 소원을 고백한다. "가끔 꿈을 꿔요. 아무 꿈이나, 이것만 아니면 돼요. 괴상한 꿈도 있어. 엄마가 관 속에 누워 있는, 난 상복을 입고 있고." '한쪽은 죽겠군'이라는 예감이 관객을 집중하게 한다.

노네임 씨어터컴퍼니 제공
노네임 씨어터컴퍼니 제공

연극 《뷰티퀸(Beauty Queen)》(연출 이현정)은 인간의 본성을 다루면서도 냉정하다. 주인공은 아일랜드의 외딴 농가에 사는 모녀(母女) 매그(홍경연)와 모린(김선영). 둘은 서로 불신하고 학대한다. 딸 모린이 남자 파토(신안진)와 매혹적인 하룻밤을 보내면서 이야기는 급회전한다.

아일랜드 극작가 마틴 맥도너는 《필로우맨》에서처럼 현실에 환상을 포개며 강력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파토는 평범한 노처녀 모린을 '뷰티퀸'이라 부른다. 이 단어가 그녀의 욕망에 불을 붙인다. 믿는 대로 이뤄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모린이 '눈 뜨고 꾸는 꿈'이 현실로 펼쳐지는 것이다.

엄마가 흔들의자에 앉아 세월을 달래는 장면으로 열린 연극은 딸이 흔들의자에 앉아 괴로워하는 풍경으로 닫힌다. 모린이 그토록 떠나고 싶어한 '엄마'는 과거이고, 어쩌면 황량한 아일랜드 같다. 파토도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속속들이 아는 여기가 싫다"고 말한다. 천천히 물에 개야 덩어리가 남지 않는 분유, 파토의 편지를 태우고 살인의 도구도 되는 부지깽이 등 연극적 장치도 힘이 있었다.

모린이 하이힐에 얼굴을 처박고 환상으로 들어갈 때 연기·연출·조명의 어울림은 기억해둘 만하다. 김선영은 환상과 현실의 진폭을 견디며 매끄러운 몰입을 보여줬다. 연극의 마지막, 조명이 어두워지고 모린의 흔들의자가 흔들릴 때, 언니들이 엄마를 위해 신청한 음악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다. 엄마를 죽인 딸이 그걸 듣고 엄마처럼 늙어간다. 여전히 붙잡혀 있다.

▶2월 28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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