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로 공연중 주식투자… 수익나면 관객에 돌려줘요"

입력 : 2009.12.11 03:05

퍼포먼스 '데드 캣 바운스' 한국공연 앞두고 연출자 콘덱 내한

연출가 콘덱은 ‘데드 캣 바운스’에 대해 “주식과 인간의 욕망을 재료로 한 즐거운 실험”이라고 했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관객이 낸 입장료를 모아 주식을 산다. 관객은 공연장에 설치된 인터넷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가(株價)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90분 뒤 그 주식을 판다. 주가가 올랐을 경우 수익을 관객에게 돌려주고, 내렸다면 "오늘은 운이 나빴군요"라고 말하고 막을 내린다.

이런 희한한 연극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를 기획하고 연출한 크리스 콘덱(Kondek·47·미국)이 내년 4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한국에 왔다. 이달 초 한국 배우들을 오디션하고 한국 주식시장을 돌아본 콘덱은 "지난주 일본 도쿄 공연에서는 관객 1인당 25엔(약 330원)을 돌려줬는데 '팔아요!' '지금 갈아타요!' 등 앞다퉈 소리를 질러대는 텔아비브(이스라엘) 관객과 달리 너무 조용했다"며 "한국 관객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콘덱은 실험적 극단인 우스터그룹 출신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비디오 작업을 주로 해왔다. 유명한 연출가 로버트 윌슨과 함께 '과거: 죽음, 파괴 그리고 디트로이트 3'(1999)를 만들었다. 200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초연한 '데드 캣 바운스'는 '주가가 급락해도 잠깐 뛰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에 주식 투자를 했는데 5분마다 컴퓨터로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중독된 거죠. 그러다 관객이 참여하는 매력적인 연극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데드 캣 바운스'는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재료로 함께 즐기는 쇼입니다."

이 작품은 '페스티벌 봄' 초청작으로 내년 4월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관객은 오후 7시에 입장한다. 투자는 영국 런던 주식시장에 한다.

그동안 20여 도시에서 공연하며 실제로 올린 수익이 궁금했다. 콘덱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목표는 늘 '1% 수익'인데 참 어렵습니다. 관객은 산 주식의 가격이 많이 오르거나 많이 내리면 좋아하고 거의 변화가 없으면 실망합니다. 런던 주식시장은 변동이 적어서 걱정이에요."

'데드 캣 바운스'는 세상과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공연이다. 콘덱은 "성공을 노리면서 연극과 현실을 뒤섞는 공연"이라며 "관객이 주식시장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이 낸 돈으로 즐기는 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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