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필하모니아·BBC…
해외 명문악단 내한공연 몰려
한정된 유료관객 놓고 '정면 격돌'

경기 불황의 여파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내년 다시 기지개를 편다.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풍성한 성찬(盛饌)이지만, 자칫 과열 경쟁도 우려된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등 수도권 주요 공연장의 집계에 따르면, 내년 한국을 찾는 해외 명문악단은 모두 12곳에 이른다. 현재 추진 중인 이스라엘 필하모닉(지휘 주빈 메타)까지 포함하면 13곳으로 늘어난다. 내년 3월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필두로, 미국의 이른바 '빅 파이브(Big 5)' 가운데 두 곳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영국의 런던 필하모닉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버밍엄 시립교향악단까지 중량감도 묵직하다.
봄 가을 같은 인기 시즌에는 같은 날짜에 맞붙는 내한공연까지 생겼다. 5월 6일 성남아트센터에서는 로저 노링턴이 지휘하는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같은 날 고양아람누리에서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지휘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악회가 잡혀 있다. 11월 13일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이 세종문화회관으로 확정될 경우, 같은 날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네덜란드의 명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지휘 마리스 얀손스)와 '정면 격돌'하게 된다.
이처럼 해외 유명악단의 오케스트라 투어가 몰리는 건, 국내외 경제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 심리의 영향이 우선 크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이창주 대표는 "100여 명에 이르는 단원들의 이동부터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를 뒤쫓아가는 후행(後行) 지수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대부분 미주와 유럽·아시아 지역에 대해 3년 단위로 투어 일정을 잡는 것도 '병목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내년 5월(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BBC 심포니,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11월(로열 콘세르트허바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 해외 유명악단의 내한공연이 밀집되어 있어, 자칫 한정된 유료 관객층을 놓고 서로 나눠 먹기 위해 경쟁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