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내한 佛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 인터뷰
늑대에 목을 물리고도 '늑대 보호센터' 세워
한 해 90여차례 연주회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오는 13일 첫 내한하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40)는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뿌리는 음악인이다. 멸종 위기에 있는 늑대를 보존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인 '늑대 보호 센터'를 설립했으며, 그가 펴낸 에세이'엘렌 그리모의 특별수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첫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그의 에세이에서 몇 구절을 뽑아, 수화기 너머의 스위스로 질문을 던졌다.
―'늑대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순간,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전율을 어떤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
"1991년 무렵 늑대와 처음 마주쳤을 때 사랑에 빠졌다. 내 안에 내재하고 있는 자연과의 교감을 일깨우는 듯했다. 1999년 출범한 늑대 보호 센터는 더 많은 상근자가 활동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내가 턱을 앞으로 내밀자 암늑대는 내 목을 이빨로 물었다. 겨우 몇 초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전광석화 같은 공격이었다.'
"1999년 여름 미국 콜로라도 음악제에 갔을 때,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촬영에 초대받았다. 첫날 늑대가 반갑게 다가와서 쓰다듬어 주었지만, 다음 날 조심성을 잃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주의를 잃어버릴 때 사고가 일어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어린 시절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음악 일정을 깬 적이 없었다. 콩쿠르에서 작품으로, 페스티벌에서 음반 녹음으로 언제나 다음 단계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연이은 공연에 따른 부담이나 압력은 직업 연주자가 겪어야 하는 일상이며 의무이다. 한 해 90여차례의 연주를 하고, 리허설과 이동까지 합치면 한 달에 3주가량 쏟아붓는다. 연주를 덜한다고 해서 긴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언제 어느 무대에 서든지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자네에게 요구하는 건 최고가 되라는 게 아닐세. 내가 요구하는 건 특별해지라는 걸세. 그러면 자네는 스스로의 능력에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걸세.' 스승 피에르 바르비제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예술에서 최고란 언제나 주관적이다. 누군가에게 최상이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이며 진정한 세계를 빚어낼 수 있다면 연주자뿐 아니라 관객의 지평까지 고양시킬 수 있다."
―'음악에서처럼 사랑에도 침묵의 몫을 남겨둬야죠.'
"음표뿐 아니라 쉼표가 음악을 완성시키는 것처럼, 삶에서도 빈칸이 필요하다. 숨 가쁜 대도시의 삶 속에서 우리는 여유와 침묵의 의미를 잊어버린다. 만약 침묵이 없다면 영감과 에너지, 존재에 대한 자각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나는 늑대와 음악과 글쓰기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살고 있다. 그 지점에서 나는 가장 유능할 수 있으므로.'
"음악은 하루 10~20시간씩 10년을 매달려도 모자랄 만큼 열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눈 감고 전문화에 매달리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수많은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던 것처럼, 삶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엘렌 그리모 피아노 리사이틀,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