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총에 천마도만 있던 게 아니었네

입력 : 2009.12.02 03:14

부채꼴 모양 채화판에 그려 진서조도·기마인물도 첫 공개
새의 형상·말 탄 자세… 고구려 고분벽화와 흡사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인면조(人面鳥·사람 얼굴에 새의 몸통을 한 상상의 동물), 토끼 얼굴을 한 채 날개를 펼쳐 올린 상상의 새,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가는 무사들….

지난 1973년 경주 황남동 155호분(천마총)에서 출토된 채화판(彩畵板)에 그려진 서조도(瑞鳥圖·상서로운 새를 그린 그림)와 기마인물도(騎馬人物圖)의 생생한 도상이 마침내 전모를 드러냈다.

①~③은 천마총 채화판 적외선 촬영 결과 새롭게 드러난 도상들. ①토끼 얼굴을 하고 날개를 한껏 펼쳐 올린 상상의 새, ②사람 얼굴에 새의 몸통을 한 인면조(人面鳥), ③말을 타고 사냥터로 달
려가는 인물이다. ④~⑤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도상들. ④강서대묘의 서조도(瑞鳥圖)는 토끼 얼굴과 날개를 펼친 형상이 ①과 비슷하고, ⑤무용총 수렵도의 기마인물도는 ③과 상통한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①~③은 천마총 채화판 적외선 촬영 결과 새롭게 드러난 도상들. ①토끼 얼굴을 하고 날개를 한껏 펼쳐 올린 상상의 새, ②사람 얼굴에 새의 몸통을 한 인면조(人面鳥), ③말을 타고 사냥터로 달 려가는 인물이다. ④~⑤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도상들. ④강서대묘의 서조도(瑞鳥圖)는 토끼 얼굴과 날개를 펼친 형상이 ①과 비슷하고, ⑤무용총 수렵도의 기마인물도는 ③과 상통한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천마총 발굴 당시 천마도(天馬圖) 아래에서 발견된 두 장의 채화판은 천마도와 함께 남아 있는 유일한 신라의 회화 자료이지만, 손상 위험이 커서 발굴 이후 한 번도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다.

모자 차양(바깥지름 40㎝, 안지름 16㎝)처럼 생긴 채화판은 자작나무 껍질로 된 부채 모양의 작은 판 8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발굴 당시부터 대략적인 모습을 통해 윗장은 다양한 형태의 서조를 그렸고, 아랫장은 기마인물을 그렸다는 것은 알았지만, 구체적인 도상(圖像)은 확인하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지난 9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앞두고 천마도와 채화판을 적외선 촬영해 도상을 밝혀냈다.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될 당시의 채화판. 발굴 당시 천마도(天馬圖) 아래에서
두 장이 겹쳐진 상태로 나왔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될 당시의 채화판. 발굴 당시 천마도(天馬圖) 아래에서 두 장이 겹쳐진 상태로 나왔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적외선 촬영을 통해 확인한 도상은 서조도 7점, 기마인물도 7점이다. 서조는 가는 묵선으로 형상을 그린 후 머리와 날개·몸통·꼬리를 붉은색 안료로 채색했다. 날개는 모두 몸통이 휘어질 정도로 하늘로 펼쳐 올렸고, 다리 한쪽을 약간 들어 올렸으며 네 개의 발톱이 허공을 긁어내리는 듯하다. 머리는 모두 4종류인데 토끼 얼굴을 한 것과 전형적인 봉황 머리 형태, 새 머리 위에 불꽃무늬가 표시된 것, 사람 얼굴에 새의 몸통을 가진 인면조 등이다.

기마인물도는 달리는 말에 인물이 앉아 있는 모습을 힘찬 필치로 그렸다. 말은 머리를 쳐들고 네 다리가 둘씩 짝을 이루어 앞뒤로 뻗어 있으며, 꼬리는 뒤로 날린 상태이다. 말의 등에 올라탄 인물은 머리를 약간 뒤로 젖혔고 오른쪽 어깨에 짧은 활을 걸쳐 메고 있다. 모두 사냥하는 순간이 아니라 활을 메고 사냥터로 서둘러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유병하 국립공주박물관장은 "서조의 날개·다리·꼬리의 기본 형상이나 기마인물도의 머리 형태와 얼굴 묘사, 활과 화살의 착장 방법, 말꼬리나 말굽의 형태 등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도상과 매우 유사하다"며 "5세기 말 혹은 6세기 초에 해당하는 천마총 채화판의 그림은 고구려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 관장은 4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리는 제11회 국립박물관 동원학술전국대회에서 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와 공동으로 〈천마총 출토 채화판에 대한 기초적 검토〉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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