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떡잎' 卒展(졸업전시회)에서 찾는다

입력 : 2009.12.01 03:07

조촐한 교내 행사 벗어나 개인전처럼 꾸며 적극 홍보
청년작가 축제 '아시아프'가 학생·대학 자극… 변화 이끌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 조형1관은 건물 전체가 전시장으로 변해 있었다. 1층 로비는 물론 7층까지 복도와 실기실에 미술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작품이 내걸렸고, 학생마다 3~8점까지 작품을 내놓아 '미니 개인전'을 방불케 했다. 김정희 미술대 학장은 "전에는 미술대학 각 과가 개별적으로 졸업전시를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모든 과가 동시에 전시를 열고 있다"면서 "외부 전문가에게 졸업생들의 실력을 충분히 보이기 위해 부스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동국대 서양화과는 11월 졸업전시를 열면서 서양화 같은 평면작품뿐 아니라 드로잉과 영상작품 등 학생들의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에게 작품을 10점까지 낼 수 있도록 해 개인 부스처럼 꾸미도록 했다.

국내 미술대학이 졸업예정자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졸업전시'가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 미대의 졸업전시는 조촐하게 내부적으로 치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대 졸업생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주로 공모전이라는 좁은 문을 통해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화랑들이 젊은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면서 졸업전시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화랑들의 국제 아트페어 참여가 활발해지고 미술경매 시장이 커지면서 재능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흐름에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성신여대 조형관 로비에 전시 중인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전시 작품을 학생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화랑들이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나서면서 미대 졸업전시가 학생들의 작가적 재능을 보여주는‘미니 개인전’으로 확대되고 있다./손정미 기자
성신여대 조형관 로비에 전시 중인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전시 작품을 학생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화랑들이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나서면서 미대 졸업전시가 학생들의 작가적 재능을 보여주는‘미니 개인전’으로 확대되고 있다./손정미 기자
울산대는 2003년부터 졸업전시를 상반기에는 국내에서, 하반기에는 해외에서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캐나다 오타와에서 졸업전시를 열었으며, 2008년과 2007년에는 일본 교토와 중국 항저우에서 각각 전시를 가졌다. 김섭 울산대 미대 학장은 "졸업전시에서 작품까지 판매해 졸업생에 대한 관심을 국내외적으로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도예과는 졸업전시 기간에 졸업생과 재학생이 참여하는 작품 바자전을 열어 작품을 판매한다. 황갑순 교수는 "학생 스스로 작품 재료비를 충당하도록 바자전을 열었지만, 졸업생들은 자신의 작품이 팔리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각 미술대학은 미술관이나 화랑·평론가 등의 눈길을 끌기 위해 졸업전시 도록을 보내는 것은 물론, 도록도 전업작가들의 개인전처럼 세련되게 제작하고 있다. 학생들은 도록에 작품 이미지뿐 아니라 자신의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까지 넣어 언제든 연락 가능하도록 했다. 가나아트의 한 관계자는 "조선대의 졸업전시 도록을 보고 놀랐다"면서 "가능성 있는 작가 서너명을 잡기 위해 전시장에 직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2007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던 울산대 미대생들의 졸업전시./울산대 제공

강남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교수나 학생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졸업전시에서 좋은 작가를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갤러리현대는 이렇게 발품을 팔아 발굴한 미대 졸업생들의 작품만 전시한 《클래스 2009(Class of 2009)》전(展)을 열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대학의 졸업전시가 바뀌게 된 데는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아시아프(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올해 아시아프 총감독을 맡았던 세종대 김종학 교수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아시아프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미술대학이 변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한만영 교수는 "아시아프가 학생들에게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아시아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작품이 많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미술협의회 오원배 회장(동국대 교수)은 "과거에는 미대를 졸업해도 작가가 되는 길이 몹시 어려웠지만 미술시장이 커지고 20대에 스타 작가가 나오면서 학교나 학생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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