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 도레미♪ 단순한 노래가 어느 순간 경쾌한 연주 음악으로

입력 : 2009.11.23 06:09

'찾아가는 무료 콘서트'이루마, 인천 숭덕여고 공연

기립 박수가 시작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20일 인천 숭덕여자고등학교 대강당 '비전홀'. 강당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여학생은 무대 위로 피아니스트 이루마(31)씨가 입장하자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환호하기 시작했다. 박수는 첫 곡을 연주할 때까지 계속됐다.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들려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환호성이 울러 퍼졌다. 흥분으로 술렁이던 강당이 물 끼얹은 듯 조용해진 건 첫 번째 피아노 음이 울리고 나서였다.

조선일보와 음반기획사 스톰프뮤직이 매달 여는 '나눔 프로젝트―찾아가는 무료 음악 콘서트'. 11월 공연은 '방과 후 음악콘서트'란 이름으로 인천 숭덕여고에서 진행됐다. 미니 콘서트와 수업을 결합한 음악회다. '웬 더 러브 폴스(When the love falls)' 같은 연주곡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이루마씨가 진행을 맡았다. 이씨는 "마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노래하듯 아늑하고 편안한 공연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강당에 앉은 학생들은 피아노 음이 울리자 일제히 숨을 죽였다. 11월 인천 숭덕여고
에서 열린‘찾아가는 무료 콘서트’. 피아니스트 이루마씨의 연주에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강당에 앉은 학생들은 피아노 음이 울리자 일제히 숨을 죽였다. 11월 인천 숭덕여고 에서 열린‘찾아가는 무료 콘서트’. 피아니스트 이루마씨의 연주에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이날 공연은 숭덕여고에 근무하는 신준환(35) 음악선생님이 사연을 보낸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문화에서 조금 소외된 지역에서 학생들이 살다 보니 좋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혼자 멋진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날이면 이런 감동을 학생들과 나누지 못해 미안한 마음마저 들곤 했다"며 "덕분에 오늘 노트에 적곤 했던 꿈의 일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주제 역시 '꿈'이었다.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와 '메이비(Maybe)'등을 차례로 연주한 이씨는 "예전엔 저 자신이 피아노를 남들 앞에서 연주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며 "작곡을 전공하고 노래를 발표하다 보니 어느덧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여러분은 원하는 대로 잘 안 된다고 실망하기엔 가능성이 너무 많은 나이"라고 말했다.

즉흥 작곡도 보여줬다. "음악을 하는 게 꿈"이라는 최서영(17) 학생을 즉석에서 불러내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반복해 치던 단순한 노래는 어느 순간 경쾌하고 발랄한 연주 음악으로 변주됐고, 학생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노래 제목은 '숭덕의 기운'으로 하죠." 이씨의 말에 강당엔 웃음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노래 '렛 잇 스노(Let it Snow)', '이츠 유어 데이(It's your day)', '고엽(Autumn leaves)'까지 연주하자 학생들은 발을 구르며 "앙코르"를 외쳤다. 김윤지(17) 학생은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피아노 연주를 듣는 내내 황홀했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학생들은 강당을 떠날 줄 몰랐다. 수많은 학생이 꽃다발과 CD를 들고 교문 앞을 서성였다.

12월에도 '방과 후 음악콘서트'는 계속된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해 더욱 유명해진 피아니스트 김정원씨가 공연한다. 공연을 원하는 학교는 이메일(event@stompmusic.com)로 사연을 보내면 된다. 교실이나 강당에 피아노가 갖춰진 학교라면 어느 곳이나 신청 가능하다. 단, 학생이나 학부모, 선생님 개인이 사연을 보낼 땐 교장선생님 등의 허락을 미리 받아 사연을 보내야 한다. 문의 (02)2658-3546, event@stomp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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