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뮤지컬스타 송용태(58)는 '뮤지컬계의 버팀목'이라는 수식어보다 '항상 노력하는 배우'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어느덧 고참 중의 고참이 됐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37년전인 1972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평양폭격대'로 데뷔했던 첫 순간을 떠올리며 항상 변신을 꿈꾼다.
이런 그가 요즘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우리금융아트홀)에서 중후한 연기로 객석을 울리고 있다. 줄리엣의 아버지인 캐플릿 경. 원수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딸을 사랑과 안타까움으로 지켜보는 역할이다.
"딸 둘을 키워서인지 슬픔이 더 느껴져요. 줄리엣의 죽음을 확인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해지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곤 합니다." 그럴 때면 객석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파도처럼 퍼져나간다.
천성이 따뜻해서일까. 그는 항상 캐릭터에 인간미를 덧씌워왔다.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2004)에서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로렌스 신부를 보여줬고,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프로듀서스'(2006)에서는 사기꾼 제작자를 익살 맞게 소화했다. 또 '오즈의 마법사'(2008)에서는 겁쟁이 사자를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 웃음짓게 연기했다. 이번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도 딸 가진 부모의 속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람냄새를 입혀 객석과 소통을 시도해온 것이다.
"예술엔 사람의 숨결이 담겨있어야 해요. 인간미가 바탕에 깔린 해석을 시도해야 관객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뮤지컬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전천후 배우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강령탈춤 인간문화재이기도 하다. 고교시절 탈춤에 심취해 매진한 끝에 지난 2002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34호로 지정됐다.
"마음 속에는 항상 우리 전통의 놀이문화와 서양의 뮤지컬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하고 싶다는 뜻이 있어요." 실제로 그는 서울예술단에서 활동하던 90년대 중반 서양과 우리 전통을 뒤섞은 크로스오버 뮤지컬 '뜬쇠'를 연출해 호평받기도 했다.
"배우는 운명이자 무덤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천직"이라는 그는 요즘에도 항상 공연 2시간 전에 일찌감치 극장에 도착해 몸을 푼다. 장르를 불문하고 중견 배우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송용태의 존재가 빛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