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연극무대 중견연기파 '어머니 4색 대결'

입력 : 2009.11.19 19:18

'엄마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신경숙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는 1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애자'도 적지 않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엄마 열풍의 진원지는 연극이다. 최근 몇 년간 '친정엄마'와 '어머니'가 꾸준히 눈물바람을 일으켰다.

연극무대에서 '엄마 열풍'은 연말을 지나 내년 봄까지 계속 이어질 조짐이다. 중견 여배우 4명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대표적인 연기파 탤런트인 강부자, 오미연, 손숙, 정혜선이 잇달아 어머니 역으로 무대에 선다. 강부자는 '친정엄마와 2박3일', 오미연은 '엄마, 여행갈래요?', 손숙은 '가을 소나타', 정혜선은 '엄마를 부탁해'에서 각각 어머니로 출연한다. 어머니를 테마로 '4색 연기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강부자 오미연 정혜선은 우리 전통적인 어머니 상을 보여준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다. 손숙은 정반대 캐릭터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어머니다.

'국민엄마' 강부자가 선두주자 격이다. 지난해 1월 초연 때부터 '친정엄마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당시 '친정엄마...'는 암표까지 등장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친정엄마...'는 애잔하고 가슴 뭉클한 엄마와 딸 얘기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딸이 어느날 갑자기 혼자 사는 엄마를 찾아오는 데서 시작된다. 모녀는 2박3일 동안 지내며 과거를 회상하고, 말다툼을 벌이며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이별한다.

강부자는 시골장터에서 큰 병에 걸린 딸에게 옷을 사주고 놀이패와 어울려 춤을 춘다. 특히 엔딩 신에서 딸이 "엄마, 내 엄마여서 고마워. 다음 세상에 내 딸로 태어나면 내가 더 잘해줄게"라고 말하고,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서 고맙다"는 대화를 주고받을 때면 객석은 눈물바다가 된다.

'친정엄마...'의 한 관계자는 "관객이 처음엔 40, 50대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층까지 확대됐다. 딸과 어머니가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1월 LA공연에 나서고, 김해숙 박진희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다. 15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오미연은 '엄마, 여행갈래요?'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서의 어머니를 연기한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삶의 이유였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 그대로다. 오미연은 아들(김상경)의 성공을 위해 위암 말기 판정으로 받은 보험금을 내놓는다. 하지만 아들은 그 돈을 교수 임용을 위한 뇌물로 쓰고, 우여곡절끝에 둘이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엄마,...'는 영화감독 4명이 연극 연출을 하는 '감독, 무대로 오다!'시리즈의 1탄인 작품. '꽃피는 봄이 오면'의 류장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17일~1월 10일, 백암아트홀.

10년째 '어머니'를 통해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았던 손숙은 180도 달라진 어머니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를 연극으로 만든 '가을 소나타'에서 모녀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유명 피아니스트 샬롯 역의 손숙은 "난 엄마라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불안했어. 난 엄마를 하고 싶지 않았어"와 같은 파격적인 말을 거침없이 한다. 딸보다 음악과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한 어머니다. 7년만에 딸 에바(추상미)를 만나 서로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를 통해 애증을 서슴없이 표현한다. 손숙이 직접 대본을 들고 제작사를 찾았을 만큼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12월 10일~1월 1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정혜선은 신경숙의 베스트셀러를 무대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머니로 출연한다. 자상하고 포근하면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캐릭터다. 정혜선의 연극무대 데뷔작이다. 1월 29일~3월 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가을 소나타'의 손숙을 제외하면, 강부자 오미연 정혜선은 진부한 캐릭터다. 스토리 전개도 뻔하다. 그래도 관객들은 줄기차게 어머니를 소재로 한 연극을 찾는다.

극작가 김혜순씨는 "'친정엄마...'류의 작품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설정해 그들의 정서에 맞게 제작함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모녀의 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등 신파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제 위기라는 수상한 시절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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