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1.16 03:14
서울 황학동 상가와 예술가들의 '행복한 동거'
황량했던 지하상가의 점포가…
예술가 40여명 작업공간으로
톡톡튀는 간판·벽화·조명 등…
활기 넘치는 곳으로 재탄생
떠들썩한 흥정과 유쾌한 거래가 뒤섞여 어수선한 재래시장(市場). 그곳에 예술이 숨쉬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옛 성동시장) 지하상가에 자리 잡은 '신당창작아케이드'.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내려 시끌벅적한 시장 밑 지하상가로 내려가면 400여m 좁은 통로를 따라 섬유·종이·도자·금속·목공예·판화·북아트·사진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 40여명의 작업장(공방·工房)이 눈에 들어온다.
분식집·횟집·이불집·비단집 등 원래 있던 점포들이 예술가 작업장 사이사이에 섞여 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미용실 건너편에 유리공예장, 주단가게 옆은 북아트 작업실, 식당 앞에 도자(陶磁) 공방이 사이좋게 자리 잡은 식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낙후된 도심 공간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예술공장(art factory)' 프로젝트 4번째 공간으로, 지난 10월 16일 문을 연 이후 한 달이 됐다.
◆예술 작업장과 상가 점포의 '조화'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옛 성동시장) 지하상가에 자리 잡은 '신당창작아케이드'.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내려 시끌벅적한 시장 밑 지하상가로 내려가면 400여m 좁은 통로를 따라 섬유·종이·도자·금속·목공예·판화·북아트·사진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 40여명의 작업장(공방·工房)이 눈에 들어온다.
분식집·횟집·이불집·비단집 등 원래 있던 점포들이 예술가 작업장 사이사이에 섞여 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미용실 건너편에 유리공예장, 주단가게 옆은 북아트 작업실, 식당 앞에 도자(陶磁) 공방이 사이좋게 자리 잡은 식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낙후된 도심 공간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예술공장(art factory)' 프로젝트 4번째 공간으로, 지난 10월 16일 문을 연 이후 한 달이 됐다.
◆예술 작업장과 상가 점포의 '조화'
예술 작업장은 모두 유리문이라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하상가를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예술가들이 갖가지 재료(材料)를 주무르고 꺾고 깎고 두드리고 다듬어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현장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 입주 예술가모임 대표이자 한지조명 스튜디오 '라이트스토리'를 운영 중인 김재성(32)씨는 "처음엔 누가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작업하는 게 영 낯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환경이 긴장과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연두·노랑·파랑·자주 등 알록달록한 조명이 상가 복도를 밝히고 한복집과 이불집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벽과 기둥에 독특한 그림이 나타나며, 아기자기한 공작물과 톡톡 튀는 간판들이 등장한다.
'예술'과 '상술'(商術)은 이곳에서 기분 좋게 '동거'(同居)하고 있다. 개관식 날 횟집 '서해수산'에서 작가들을 위해 싱싱한 횟감을 실어나르자, 작가들은 횟집 내부를 색색깔의 물고기와 바다 모양 벽화 등으로 꾸며 '갤러리'처럼 바꿔놓았다. 17년째 운영하는 박영주(여·56) 사장은 "겁나게 좋아요!"라며 달라진 가게를 자랑했다. 입주 작가들은 앞으로 '흥(興)+정(情) 가게'라는 이름으로 상가 점포들 안팎을 근사하게 바꿔줄 계획이다.
중앙시장은 1946년 개장했고, 지하상가는 1971년 만들어졌다. 한때 상가 내 99개 점포가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재래시장이 몰락하면서 절반이 넘는 52개 점포가 주인을 잃은 채 버려져 있었다. 서울시는 4억5000만원을 들여 빈 점포 자리를 손질하고 공동작업용 가마(1000만원 상당)를 들여놓았다. 작가들에겐 1명당 19.8㎡(6평) 공간을 제공하고, 관리비는 한 달에 3.3㎡(1평)당 5000원만 받기로 했다. 그 뒤 황량했던 지하상가는 몰라보게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정겹게 수다를 떨며 음식을 나눠 먹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고, 주말에는 시장도 보고 예술작품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체험 현장
비단집 '금실주단'의 안경희(여·46) 대표는 "예술가들은 문을 닫아 건 빈 점포들이 많아 컴컴하고 썰렁하던 상가에 따끈따끈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작가들이 들어와 이곳이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규어(figure·조소의 한 장르) 작가 김병하(36)씨는 "다양한 또래 예술가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창작 영감을 얻기도 한다"며 "시장 보러온 주부나 상인들과 수시로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작가 25명은 지난주 경기도 양평으로 친목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친해졌다. 서서히 '언더그라운드 예술공동체'로 뿌리를 내리는 셈이다. 작업실 '북아트스튜디오 안'을 마련한 안경희(여·45)씨는 "지하라서 작업하는 데 집중이 잘된다"고 말했다.
입주 작가들은 시민들이 '아케이드'를 돌며 작품 감상을 하고, 도자·북아트·금속 등 공예작품을 만든 뒤 시장에서 장보기까지 하는 '체험공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당아케이드 서명구 매니저는 "작가와 상인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며 "'시장 안의 예술시장'이란 독특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예술공장사업'은…
낙후된 도심 공간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꾸며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고 그 지역을 새롭게 부흥시키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 6월 드라마센터를 개조해 연극의 메카로 탈바꿈시킨 ‘남산예술센터’를 시작으로, 동사무소를 문화창구로 변모시킨 ‘서교예술실험센터’, 인쇄공장을 국제 예술교류 거점으로 만든 ‘금천예술공장’, 지하상가를 예술작업장으로 활용하는 ‘신당창작아케이드’, 시사편찬위원회를 문학창작 공간으로 바꾼 ‘연희문화창작촌’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연두·노랑·파랑·자주 등 알록달록한 조명이 상가 복도를 밝히고 한복집과 이불집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벽과 기둥에 독특한 그림이 나타나며, 아기자기한 공작물과 톡톡 튀는 간판들이 등장한다.
'예술'과 '상술'(商術)은 이곳에서 기분 좋게 '동거'(同居)하고 있다. 개관식 날 횟집 '서해수산'에서 작가들을 위해 싱싱한 횟감을 실어나르자, 작가들은 횟집 내부를 색색깔의 물고기와 바다 모양 벽화 등으로 꾸며 '갤러리'처럼 바꿔놓았다. 17년째 운영하는 박영주(여·56) 사장은 "겁나게 좋아요!"라며 달라진 가게를 자랑했다. 입주 작가들은 앞으로 '흥(興)+정(情) 가게'라는 이름으로 상가 점포들 안팎을 근사하게 바꿔줄 계획이다.
중앙시장은 1946년 개장했고, 지하상가는 1971년 만들어졌다. 한때 상가 내 99개 점포가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재래시장이 몰락하면서 절반이 넘는 52개 점포가 주인을 잃은 채 버려져 있었다. 서울시는 4억5000만원을 들여 빈 점포 자리를 손질하고 공동작업용 가마(1000만원 상당)를 들여놓았다. 작가들에겐 1명당 19.8㎡(6평) 공간을 제공하고, 관리비는 한 달에 3.3㎡(1평)당 5000원만 받기로 했다. 그 뒤 황량했던 지하상가는 몰라보게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정겹게 수다를 떨며 음식을 나눠 먹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고, 주말에는 시장도 보고 예술작품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체험 현장
비단집 '금실주단'의 안경희(여·46) 대표는 "예술가들은 문을 닫아 건 빈 점포들이 많아 컴컴하고 썰렁하던 상가에 따끈따끈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작가들이 들어와 이곳이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규어(figure·조소의 한 장르) 작가 김병하(36)씨는 "다양한 또래 예술가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창작 영감을 얻기도 한다"며 "시장 보러온 주부나 상인들과 수시로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작가 25명은 지난주 경기도 양평으로 친목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친해졌다. 서서히 '언더그라운드 예술공동체'로 뿌리를 내리는 셈이다. 작업실 '북아트스튜디오 안'을 마련한 안경희(여·45)씨는 "지하라서 작업하는 데 집중이 잘된다"고 말했다.
입주 작가들은 시민들이 '아케이드'를 돌며 작품 감상을 하고, 도자·북아트·금속 등 공예작품을 만든 뒤 시장에서 장보기까지 하는 '체험공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당아케이드 서명구 매니저는 "작가와 상인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며 "'시장 안의 예술시장'이란 독특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예술공장사업'은…
낙후된 도심 공간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꾸며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고 그 지역을 새롭게 부흥시키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 6월 드라마센터를 개조해 연극의 메카로 탈바꿈시킨 ‘남산예술센터’를 시작으로, 동사무소를 문화창구로 변모시킨 ‘서교예술실험센터’, 인쇄공장을 국제 예술교류 거점으로 만든 ‘금천예술공장’, 지하상가를 예술작업장으로 활용하는 ‘신당창작아케이드’, 시사편찬위원회를 문학창작 공간으로 바꾼 ‘연희문화창작촌’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