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 미녀라도 괜찮아…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입력 : 2009.11.05 14:09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아만다 브라운의 원작소설을 기초로 하여 2001년에 제작된 영화 <금발이 너무해>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며 주연 리즈 위더스푼을 스타로 등극시켰다. 금발이 백치미의 상징이라는 통념을 뒤집고, 예쁘면서도 똑똑하고 인간적인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창출한 덕분이었다.

아름다운 금발을 자랑하는 패션 전공 여대생 엘 우즈는 하버드 법대생이 된 남자친구 워너로부터 실연을 당한다. 엘 우즈가 머리가 빈 금발미녀라서 정치인을 꿈꾸는 자신의 배우자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던 것. 오기가 생긴 엘 우즈는 열심히 공부해서 하버드 법대에 진학한다. 하버드 법대생들 틈에서 요란한 패션 때문에 외계인으로 취급받던 엘 우즈는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한다.

결국 살인사건 재판을 맡은 교수를 돕게 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재판을 승리로 이끈다. ‘멍청한 금발(dumb blonde)’이라는 통념을 깨고 원 제목인 ‘법률 지식을 갖춘 금발(Legally blonde)’로 거듭난 것이다.

2007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토니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영화의 인기를 이어갔다. 예뻐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여성의 성공담은 화려한 볼거리와 꿈의 실현이라는 뮤지컬적 요소를 극대화시키며 관객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올해 국내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중 가장 최근작에 속하는 것으로, 브로드웨이의 최신 경향과 테크닉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공연은 장유정 연출이 처음으로 라이선스 뮤지컬 연출에 도전한다. 대본과 음악 등 기본적인 것 외에는 많은 부분이 새롭게 재창조된다. 원작에 있는 미국식 조크는 번역 과정에서 한국 정서에 맞는 표현으로 수정되었다. 음악은 엘 우즈는 팝, 캘러한 교수는 전통 재즈 등 각 캐릭터에 맞는 다양한 장르가 배치된다. 특히 화려하게 펼쳐지는 앙상블의 노래와 춤, 줄넘기를 하면서 노래하는 등의 역동적인 장면들은 뮤지컬만의 생생한 재미를 선사한다.

엘 우즈 역은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지우, 미스코리아의 출신의 이하늬, 댄스 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가 연기한다. 엘 우즈와 사랑에 빠지는 하버드 법대생 에밋 역은 영화와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김동욱, 뮤지컬 배우 김도현이 맡는다. 캘러한 교수 역에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엘 우즈의 미용실 친구 폴렛 역의 전수경과 추정화 등 개성 있는 조연들도 고루 포진해 있다. 엘 우즈의 옛 남자친구 워너 역은 고영빈이 맡아서 그전에 맡았던 배역과는 다른 비열한 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지금은 영화가 나온 2001년에 비해서 ‘외모가 곧 능력’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외모와 능력 둘 다를 겸비한 ‘엄친딸’, ‘엄친아들’의 시대가 된 것이다. '금발이 너무해'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벗어던지고, 지금의 현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직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 우즈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끼게 하는 것은 그녀의 외모만이 아니다. 세상의 시선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 타인의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인간다움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매력이다. 그리하여 '금발이 너무해'는 지나친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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