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노래를 들어라"… 묵직한 저음의 유혹

입력 : 2009.11.05 03:55

바리톤 고성현·최현수 잇따라 독창회 가져
헨델의 '그리운 나무그늘' 똑같이 첫곡으로 불러

바리톤(Baritone)은 오페라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이 많고, 영웅이기보다는 악당이기 쉬우며, 청춘보다는 노년에 치우치는 음역(音域)이다. 하지만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애끊는 부정(父情)을 토로하는 주인공 리골레토,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신(神)들의 신'인 보탄, 푸치니의 《토스카》에서 극악무도한 냉혈한 스카르피아는 모두 바리톤의 몫이다. 이처럼 악역과 영웅, 코믹함과 비장미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오페라에서는 '약방의 감초'와 같다.

올가을, 저음(低音)과 저음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5일과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바리톤 고성현(한양대·47)과 최현수(한국예술종합학교·50) 교수가 잇달아 리사이틀을 갖는다. 두 성악가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등 해외 유수의 콩쿠르와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국내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중견 음악가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바리톤 고성현은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을 비롯해 독일 쾰른·함부르크 극장 등에, 바리톤 최현수는 뉴욕 시티 오페라와 도쿄 오페라 시티 등의 무대에 서왔다.

12일 독창회를 여는 바리톤 최현수.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경연대회에서 인정 받은 성악가다.
12일 독창회를 여는 바리톤 최현수.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경연대회에서 인정 받은 성악가다.
공교롭게 리사이틀의 첫 곡도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가운데 〈그리운 나무 그늘( Ombra mai fu )〉로 같다. 당초 헨델이 여성 음역을 소화하기 위한 거세(去勢) 가수인 카스트라토(castrato)를 위해 작곡했지만, 지금은 메조 소프라노와 훈련을 통해 여성 음역에 이르는 남성 가수인 카운터테너 등이 즐겨 부른다.

바리톤 고성현은 "유학 초기에 테너 베니아미노 질리가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넘어 거룩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 뒤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발성을 위해 이 곡을 부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바리톤 최현수는 "카스트라토가 부르긴 했어도 엄연히 왕의 노래이며, 오페라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처럼 음악회도 아름답게 열고 싶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두 성악가 모두 "음역(音域)보다 중요한 건 감동"이라고 했다.

바리톤 고성현은 그 뒤 바그너의 《탄호이저》 가운데 〈저녁 별의 노래〉,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 가운데 〈그림자〉, 김연준의 〈청산에 살리라〉 등을 부른다. 바리톤 최현수는 김동진의 〈내 마음〉, 김성태의 〈추억〉 〈동심초〉 같은 가곡과 흑인 영가 등을 들려준다.

▶바리톤 고성현·최현수 독창회, 5일(고성현) 12일(최현수)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02)3274-8600

5일 독창회를 갖는 바리톤 고성현.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을 비롯해 유럽의 굵직한 무대에서 인정받은 중견 성악가다. 그는 평소 발성을 위해 처음에 부르던 헨델의 노래를 첫 곡으로 택했다./마포아트센터 제공
5일 독창회를 갖는 바리톤 고성현.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을 비롯해 유럽의 굵직한 무대에서 인정받은 중견 성악가다. 그는 평소 발성을 위해 처음에 부르던 헨델의 노래를 첫 곡으로 택했다./마포아트센터 제공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