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소서 한꺼번에 즐기는 서울시내 '복합문화공간' 들
◆크링: 영화와 미술전시회에 자동차 론칭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를 지나 휘문고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건물 외벽에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원모양이 새겨진 독특한 건물을 볼 수 있다. 금호건설이 지은 '크링(kring)'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네덜란드어로 '원'을 뜻하는 '크링'에서 이름을 땄다. 건물안으로 들어가면 순백의 세계에서 영화와 그림,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건물 전체의 주제는 '원'이다. 밝은 조명에 드러난 하얀색 외벽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곳곳에는 원모양의 장식이나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661㎡(200평) 정도 되는 넓이의 1층에는 신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 6명의 얼굴을 형상화해 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이 바뀌는 모빌이 걸려 있고, 쿠션 형태로 만들어진 다양한 모양의 작품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이 전시품들을 한쪽 구석으로 치우면, 각종 영화시사회나 유명 자동차 론칭쇼도 펼쳐진다.

한아름(28)씨는 "영화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왔는데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한상범 크링 관장은 "공연과 미술, 휴식공간이 한곳에 모여 있어 시민들이 더 쉽게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 컨테이너 박스가 예술작업장으로
선박용 컨테이너 박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곳도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플래툰 쿤스트할레(Platoon Kunsthalle)'는 28개 선박 컨테이너를 3층으로 쌓고 이를 이어붙여 만들었다. 얼핏보면 화물창고처럼 보인다.
이곳은 전세계 비주류 예술가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는 독일계 아트커뮤케이션 회사인 플래툰이 지난 4월 개장한 곳이다. 사회 지배 문화나 주류 문화와는 차별화되는 서브컬처(Sub Culture)를 지향한다. 주로 국내 젊은 예술가들이 만드는 그림이나 비디오 아트물 등이 전시된다.

1층에 마련된 쇼케이스에는 그래픽아트나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해외 주요 예술품도 선보인다. 독일 건축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2층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 전문 서적과 사진집 등 외국 예술서적이 가득하다. 3층에는 예술가들이나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회의실이 마련돼 있고, 옥상인 4층에는 오픈 바(Open Bar)가 들어서 맥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다.
특히 이곳 2층에는 국내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서 있다. 작업실을 이용하는 작가들은 사용료 및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톰 뷔셰먼(Tom Bueschemann) 사장은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독립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리고 한국의 젊은 예술인들을 지원하려고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KT&G상상마당: 신진 예술가 지원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는 KT&G가 지은 상상마당이 복합 문화를 제공한다. 지상 7층, 지하 4층 규모로, 영화관과 공연장, 갤러리, 스튜디오, 카페 등이 들어섰다.
영화관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신인 감독들이 연출한 저예산 장·단편 영화가 주로 상영된다.
공연장은 밴드음악 전문 공연장으로 인디밴드들이 연주하는 인디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아트스퀘어에서는 국내 독립디자이너들의 독특한 감성과 아이디어가 담긴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으며, 갤러리에서는 팝아트나 미디어아트 등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국내 사진작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스튜디오와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100여 권의 해외 디자인 서적, 3000여 장의 음반 등을 갖추고 있는 카페도 함께 들어서 있다.
상상마당 권영근씨는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대신 일반인에게 더 많은 문화 향유 기회를 주고 싶다"며 "신진 예술가들과 비주류 장르 문화를 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