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첫 외국인 배우 일(日) 이와모토

입력 : 2009.10.14 06:36

7년 만에 꿈 이뤄… "기회되면 일본서도 공연하고 싶어"

‘난타’외국인 배우 1호인 이와모토 유카는“기회가 있으면 일본 공연도 하고 싶다”고 했다./PMC프러덕션 제공

"오이랑 양배추도 잘 안 썰렸어요. 정신없었죠. 하늘 같은 선배님들과 공연한다는 게 부담돼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어요."

1997년 초연해 전용관에서만 1만회를 넘긴 비언어극 '난타'의 첫 외국인 배우인 이와모토 유카(岩本柚香·26·일본)씨는 "데뷔 무대에서 난 100점 만점에 8점, 낙제점이었다"고 했다. 지난 10일 개관한 서울 명동 '난타' 전용관(386석)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 이와모토는 "7년 만에 꿈을 이룬 날이니 작은 실수들은 스스로 용서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그는 2002년 5월 서울에서 '난타'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재미있고 소름 끼칠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언젠가 저 무대에 서리라' 다짐했어요." 10대 시절 테니스 선수였고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와모토는 2007년 짐을 싸 한국으로 왔다. 서강대 어학당에 다니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고, '난타'로 가는 길을 뚫으려 전용관 상품점에서 "무보수로 일해도 좋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난타'를 접하며 배우들과 친해진 것이다.

"올해 초에 드디어 오디션을 치르고 합격했어요. 기분이요? 집에서 혼자 '어떡해, 어떡해, 됐다! 됐다!' 하면서 소릴 질러댔죠. 그리고 6개월을 연습했는데 '덩덩따 궁따쿵, 따쿵쿵따 쿵따쿵' 같은 가락이 좀 어려웠지만 나머지는 다 재미있었어요."

그는 '난타'에 대해 "남녀노소와 국적을 초월해 관객이 다 즐거워지는 공연"이라고 했다. "여든이 넘은 일본 할아버지도 박수 치며 좋아하시는 걸 보고 한국과 일본의 불편한 역사도 넘어설 수 있는 공연이구나 싶었어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일본에 있는 부모님께는 "아직 때가 아니니 오지 마라"고 했단다. "실수도 안 하고 잘할 때쯤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꿈'을 이룬 비결을 묻자 "간절히 원했고, 남들에게 얘기하며 스스로를 압박했고, 흔들리긴 했지만 절대 포기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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