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0.01 03:30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
아시아 투어에 동승하던 지휘자 주빈 메타(Mehta)가 건강상 이유로 중국 상하이에서 중도 하차하자 빈 필하모닉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빈 필은 1930년대부터 별도의 음악감독이나 상임지휘자 없이, 객원지휘자만으로 상시 운영하는 독립 군단으로 유명하다. 이 악단은 남아 있던 서울연주회뿐 아니라 10월 빈에서 시작하는 정기연주회의 지휘봉까지 32세의 젊은 러시아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Sokhiev)에게 맡기며 정면승부를 펼쳤다. 그 첫선을 보인 무대가 지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이었다.
새로운 지휘자를 탑재한 빈 필은 올해 서거 200주기를 맞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1732~1809)을 기리며 시작했다. 평생 에스테르하지 가(家)의 악장으로 충직하게 봉직했던 작곡가가 말년 들어 자유를 만끽하면서 쓴 작품이 마지막 104번 교향곡인 《런던》이다. 지휘봉을 든 소키에프는 1악장 도입에서 박자를 한껏 늦춰 잡은 뒤, 단조에서 장조로 표정이 바뀌는 순간에 빈 필 특유의 날렵하고 매끈한 현악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빈 필과 즐겨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나 로저 노링턴에 비한다면 분명 점잖은 편에 속했지만, 40여명의 단출한 편성으로 응축과 폭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2~3악장이나 4악장에서 보여준 속도감은 짜릿했다.
새로운 지휘자를 탑재한 빈 필은 올해 서거 200주기를 맞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1732~1809)을 기리며 시작했다. 평생 에스테르하지 가(家)의 악장으로 충직하게 봉직했던 작곡가가 말년 들어 자유를 만끽하면서 쓴 작품이 마지막 104번 교향곡인 《런던》이다. 지휘봉을 든 소키에프는 1악장 도입에서 박자를 한껏 늦춰 잡은 뒤, 단조에서 장조로 표정이 바뀌는 순간에 빈 필 특유의 날렵하고 매끈한 현악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빈 필과 즐겨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나 로저 노링턴에 비한다면 분명 점잖은 편에 속했지만, 40여명의 단출한 편성으로 응축과 폭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2~3악장이나 4악장에서 보여준 속도감은 짜릿했다.

빈 필은 작곡가 생전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를 푸대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후에는 누구보다 일찍 그의 왈츠를 재조명했고, 지금은 정초마다 신년음악회를 그의 곡으로 수놓고 있는 명민한 악단이다. 빈 필은 소프라노 조수미를 노래 손님으로 맞아들이며 빈의 옛 영화(榮華)를 상징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희가극 《박쥐》 가운데 〈여보세요, 후작님〉을 골랐다. 빈 필의 반주에 실린 조수미의 노래는 붉은 원피스만큼이나 호사스러웠다.
'천하의 명기(名器)' 빈 필을 손에 거머쥐었지만, 젊은 지휘자에게 브람스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교향곡 4번의 1악장 도입부터 다소 박자가 엉켰고, 오른편의 호른은 악단과 은은하게 섞이는 대신 뭉툭하게 튀어나왔다. 거칠던 호흡이 안정을 찾은 건 2악장부터였다. 호른에서 목관을 거쳐 현악으로 서서히 음악이 번져가며 차분함을 되찾았고, 슬프면서도 소리 내 울음을 터뜨리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격조도 되살아났다. 비탄의 4악장에서 지휘자는 현악의 끝선을 명징하게 처리하면서 대담무쌍한 박자 감을 선보였다. 기대했던 만큼의 강렬함은 적었지만, 하이든에서 브람스로 이어지는 본가(本家)의 사운드로 무사히 실점 위기를 넘겼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