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삭막했던 우리 마을에 예술이 넘쳐요"

입력 : 2009.09.21 02:41   |   수정 : 2009.09.21 03:51

공주 중장리 '공공미술'… 쉼터·화단 등 작품 설치

"허허벌판에 이색 조형물이 들어서고 칙칙한 담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졌어요. 마을 분위기가 확 달라졌죠. 차를 타고 지나던 이들이 내려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요."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 입구의 전형적인 농촌마을 중장리가 최근 화사한 '예술마을'로 탈바꿈했다.

별다른 특색없이 적막했던 중장리 삼거리부터 하대리 삼거리 사이 1km 구간의 방앗간, 수퍼마켓, 초등학교, 딸기밭 등에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마을입구를 알리던 낡은 수퍼마켓 간판은 화사한 연꽃모양 작품으로 바뀌었고 부처님 손모양을 본뜬 벤치가 들어섰다. 특히 마을회관 앞에 최평곤씨가 철근과 대나무로 만든 5m 높이의 대형 '나무그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임재일씨가 자연석 위에 4.5m 높이로 세운 배추·나비 모양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조형물 '생활의 근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이다. 자연과 농촌의 소중함을 기리자는 뜻이 담겼다.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의해 다양한 미술작품이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에 설치됐다. 왼쪽부터 최평곤씨의‘나무 그늘’, 이인희씨의‘책 모형의 화단’, 임재일씨의‘생활의 근원’./신현종 기자shin69@chosun.com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의해 다양한 미술작품이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에 설치됐다. 왼쪽부터 최평곤씨의‘나무 그늘’, 이인희씨의‘책 모형의 화단’, 임재일씨의‘생활의 근원’./신현종 기자shin69@chosun.com
마을 방앗간에는 깨진 장독 조각으로 나무를 형상화한 벽화가 그려졌다. 중장초 운동장에는 천상병 시인의 작품 '들국화'가 적힌 책 모양의 철로 만든 이색 화단이 들어섰다. 3개의 화단에는 알록달록 야생화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아이들의 놀이터인 동시에 어른도 잠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기에 충분한 아담한 쉼터가 생긴 것이다.

조용했던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게 된 계기는 공공미술프로젝트의 결과.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2009 마을미술프로젝트 '길섶 미술로 가꾸기' 공모사업에 선정된 오늘공공미술연구소(소장 임재일)가 5개월간 작업 끝에 마을 분위기를 확 바꾼 것이다.

'모심으로 미소 짓다'를 주제로 예술작품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웃고 지나치는 공간으로 꾸미자는 취지로 꾸몄다. 임재일, 서희화, 최평곤, 김진희, 이인희, 전수현, 강나루, 정하응, 박건규 등 9명의 공공미술작가들이 다양한 조형작품을 설치했다.

작품 설치 후 주민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김정금(68)씨는 "다양한 조각이 설치된 후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마을의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반겼다. 주민들은 새로 들어선 조형물들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마을회관에 주민 순회진료를 나온 공주보건소 조유나(27) 운동처방사는 "많은 마을을 다녀봤지만 이처럼 색다른 볼거리를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즐거워했다.

오늘공공미술연구소는 공주시의 지원을 받아 갑사로 가는 길가 건물벽을 벽화로 꾸미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벽화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는 다음 달 중순쯤 주민과 어우러지는 조촐한 예술잔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임 소장은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을 통해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마을로 꾸미고자 했다"며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 정겨움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 계룡면 중장리 마을의 간판을 정비하고 조형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등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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