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선택하라

입력 : 2009.09.17 03:00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내달 개막 … '난이도'로 살펴본 참가작들

실물 같지만 헛것인 홀로그램(입체적인 3차원 영상)과 숨 쉬는 몸이 상호작용한다. 인물과 사건에 집중하는 고전적인 연극이 있는가 하면, 축구 선수의 몸놀림과 경기 후 샤워 장면까지 묘사하는 무용도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로그'를 주제로 10월 13일부터 40일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 예술의전당 등에서 열리는 2009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무대 풍경이다. 해외 초청작 15편 가운데 《리체르카레》는 벌써 매진 초읽기에 들어갔고 《노만》 《도쿄 노트》도 예매에 속도가 붙었다. 주요작품들을 난이도에 따라 ABC로 나누어 소개한다.

◆A코스… 초보도 즐거워

유리벽 안에 집어넣은 배우들을 촬영하며 실시간 영상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모스크바 사이코》. 홀로그램이 인상적인《노만》. 정통 연극《플라토노프》(왼쪽부터 시계방향)./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유리벽 안에 집어넣은 배우들을 촬영하며 실시간 영상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모스크바 사이코》. 홀로그램이 인상적인《노만》. 정통 연극《플라토노프》(왼쪽부터 시계방향)./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캐나다에서 날아온 《노만》과 프랑스의 《세르쥬의 효과》, 노르웨이 무용 《축구예찬》은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노만》은 한 명의 무용수가 다양한 홀로그램과 춤을 추며 공간을 확장하는 복합장르공연으로, 애니메이션의 거장 노만 맥라렌을 추억한다. 친구가 하나 둘 등장하면서 펼쳐지는 《세르쥬의 효과》는 일상 속의 연극성,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축제에서 호평받은 연극이다. 《축구예찬》은 뛰고 고함치고 태클을 거는 등 축구의 모든 것을 재료로 돌진해온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윤미라 무용단의 한국무용 《화첩―공무도花》와 극단 골목길의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를 추천한다. 《화첩―공무도花》는 지난해 대한민국무용대상 수상작으로, 삶의 굽이들을 춤의 곡선과 영상으로 그려낸다. 산산조각이 난 채 엉겨붙어 있는 가족 관계의 극한을 담은 《너무 놀라지 마라》는 희극적인데 가슴 철렁하다.

◆B코스… 도전하고 싶다면

안톤 체호프의 데뷔작이랄 수 있는 《플라토노프》(헝가리), 춤·그림·영상이 파격적으로 섞이는 《예스터데이》(영국), '조용한 연극'을 개척한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도쿄 노트》(일본)가 B코스로 꼽힌다. 특히 나룻배를 무대에 올리는 《플라토노프》는 유럽연극상을 차지한 거장 유리 코르돈스키의 수작이다. 배우들의 몸과 몸이 부딪치고 물에 빠뜨리는 등 거칠고도 강력한 화법을 쓴다.

국내 초청작 중 극단 미추의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37편을 간추려 치밀하게 재구성한다. 서울시극단의 《다윈의 거북이》는 다윈이 연구했던 거북이가 역사학자를 찾아와 자신이 목격한 현대사를 증언하는 이야기다. 양정웅 연출이 한국의 굿으로 재해석하는 《햄릿》도 기대된다.

◆C코스… 연극 마니아 아니면 피하라

프랑스의 《리체르카레》는 직관적인 이미지 연극이다. 조명과 막(幕), 그림자와 음악에 둘러싸인 인물을 보여주지만 이야기 구조는 없다. 올해 유럽연극상에서 '뉴 리얼리티' 상을 받았다. 《모스크바 사이코》(러시아)는 히치콕의 영화 속 장면들을 재생하며 천박해진 모스크바를 폭로한다.

극단 드림플레이가 사실상 국내 초연하는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 지난해 초연된 4시간30분짜리 문제작 《원전유서》도 C코스다. 참고 견디면 값진 경험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세부 공연 일정은 www.spaf21.com 참조. (02)3673-2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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