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배우고 즐기고] 악기 연주·요리하며 밝은 심성 되찾아

입력 : 2009.09.14 03:10

군포시·한세대 정서순화 프로그램
기분을 맘껏 분출 "스트레스 사라지고 성격도 쾌활해져"

지난 4일 오후 군포시 한세대 음악관의 한 강의실. 이성채 강사가 '경기병 서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 시작하자 최범균(8), 최제웅(8), 이신욱(8), 김태련(7) 등 네 아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강의실 내를 소리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경쾌하고 힘 있는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피아노 아래에 숨었다가 서로의 뒤를 쫓는 등 음악이 연주되는 내내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세대 음악치료과 신희성 교수가 "오늘 신욱이가 기분이 무척 안 좋았는데, 나쁜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수업은 '정서순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음악과 미술, 혹은 요리 등으로 접근하는 수업이다. 이뿐 아니다. 이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음악 전문 강사진에게 일 대 일로 피아노·플루트·바이올린·첼로 등 각자의 취향에 맞춰 악기 수업을 한 시간 정도 받는다. 보통 한 달에 수십 만원 강의료를 내야 하는 이 강의들을 이들은 단 2만원에 받는다. 한세대와 군포시가 손을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4일 오후 한세대 음악관에서 신희성 음악치료학과 교수의 지도로 아이들이 타악기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범균, 이신욱, 최제웅, 신 교수, 김태련./김우성 기자
지난 4일 오후 한세대 음악관에서 신희성 음악치료학과 교수의 지도로 아이들이 타악기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범균, 이신욱, 최제웅, 신 교수, 김태련./김우성 기자

◆성격 밝아지고 친구 늘어

군포시 수리동에 사는 최현렬(15)군이 일주일 중 가장 고대하는 시간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다. 바로 한세대에서 '클래식음악-아동정서발달서비스'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그에겐 유일한 과외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것이 꿈인 만큼 그에겐 둘도 없는 기회다. 그런 최군이 택한 악기는 피아노. 최군은 "피아노가 모든 음악의 기본이기 때문에 골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히 음악 실력만 키우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은 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부모의 교육방침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터라 매일 집에 있으면서 어머니와 소소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았던 최군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요즘엔 부쩍 줄었다. 최군은 "정서순화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돼 집에서도 부모님과 싸우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클래식음악-아동정서발달서비스'의 주대상은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다. 매주 두 시간씩 악기 수업과 정서순화 프로그램을 번갈아 받는다. 악기 수업은 1대1로, 집중력 향상·정서함양·창의력 향상 등을 목표로 하는 정서순화 프로그램은 다섯 명이 함께 받으며 사회성도 키운다. 지금까지 운영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음악치료 전문 강사진이 수업을 담당하는 만큼 벌써부터 일정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조미나 강사는 "처음엔 얼굴 마주치기도 부끄러워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먼저 '화장 잘 됐어요' 라면서 말도 거는 등 붙임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초등학교 4학년인 이소영(10)양도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부터 사회성이 좋아졌다. 이양은 "이전엔 단짝 친구가 한 명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학교에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클래식음악-아동정서발달 서비스'란 이름이 붙은 이 과정이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시작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의 일환이었다. 정부의 지원하에 저소득층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심리·정서발달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에 군포시와 음악치료학과를 둔 한세대가 손을 잡았다. 군포시는 지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했고, 한세대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월 2만원에 악기 수업은 물론 정서순화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만큼 140명 모집에 309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이 과정은 단순히 학부모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대학에도 좋은 기회가 됐다. 한세대 교수와 석·박사과정 재학생 등 35명이 강사로 나서 관련 전공자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군포시 이종원 주민생활과장은 "아직은 사업 규모가 연 2억 원 미만으로 30여명의 인력을 채용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사업 규모가 확장된다면 80여명까지 채용 규모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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