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임방울 국악제] 43세에 입문… 마침내 '명창' 반열에

입력 : 2009.09.09 03:06   |   수정 : 2009.09.11 10:17

大賞 박평민씨
조상현 명창의 제자 내년 심청가 완창 목표

소리 공부에 나이와 때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8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폐막한 제17회 임방울 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박평민(62)씨는 남들이 명창(名唱) 소리를 들을 43세 때 뒤늦게 판소리에 입문했다. 박씨는 "아리랑 하나를 불러도 구성지게 부르는"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영암에서 진도로 시집 와서 마을행사 때마다 선(先)소리를 메겼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멋도 모르던 어릴 적부터 소리를 좋아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소리 입문은 늦었다. 박씨는 "목포의 지방 국악경연 대회에서 일반부 수상도 했지만 먹고살기 힘들어 공장 일부터 뱃일까지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43세 되던 해에 조상현 명창을 찾아갔다. 박씨는 녹음기를 '녹 선생'이라고 부르면서 일찍부터 소리를 독학했지만, 첫 배움부터 조 명창에게 '엉망진창'이라는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그는 "나이 먹으면 길은 알아도 정작 힘이 안 받쳐준다. 일찍부터 못 배운 것이 한(恨)이었다"고 했다.

8일 제17회 임방울 국악제가 열린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앞에서 국악인들이 임방울 명창의 넋을 기리는‘예술혼 모시기’행사를 열고 있다./광주광역시=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8일 제17회 임방울 국악제가 열린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앞에서 국악인들이 임방울 명창의 넋을 기리는‘예술혼 모시기’행사를 열고 있다./광주광역시=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박씨는 조 명창이 이끌던 광주광역시 시립국극단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9년간 수석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씨는 임방울 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결선이 열리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수없이 서보았다. 그는 "이 무대에서 늙어왔기에, 이번에 떨리거나 힘든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님이시지만, 내게 소리를 깨우쳐주신 분은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최종민 교수(동국대)는 "박씨가 오늘 부른 판소리 '심청가'의 '심 봉사, 황성 올라가는 대목'은 스승의 목청을 그대로 쏙 닮았다"고 말했다.

판소리연구회를 10년째 운영하면서 광주와 목포·완도에서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내년쯤 '심청가' 완창 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박씨는 "이제부터 소리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웃었다.


 

8일 제17회 임방울국악제 결선에 앞서 광주문화예술회관 임방울선생 동상 앞에서 예술 혼 모시기 행사가 열렸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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