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유명 작품 수입경쟁→ 공연계약금 폭등→ 발목잡힌 '뮤지컬'

입력 : 2009.09.02 02:17

지난 10년간 5배이상 치솟아…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티켓값 관객에 전가… R석기준 10만원 넘는 비정상 시대로

세계적으로 히트한 대형 뮤지컬 수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로열티가 급상승하고, 국내 뮤지컬 제작사 '빅3' 중 한 곳에서 '수입 포기 선언'이 나왔다. 비공개가 관례인 로열티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 화제작을 국내 초연한 신시컴퍼니는 1일 그동안 작품별 로열티를 밝히고 "뮤지컬 구매 경쟁에서 빠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신시는 또 해외 대형 뮤지컬의 로열티 선급금(royalty advance·공연 계약금)이 지난 10년간 최소 5배 폭등했다고 밝혔다.

신시의 포기 선언은 뮤지컬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매출액 기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 속에 나온 것으로, 로열티까지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한 공연 예매 사이트 관계자는 "올 상반기 뮤지컬 분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뮤지컬‘맘마미아’의 커튼콜 장면. 한국 관객이 10만원짜리‘맘마미아’표를 사면 1만3500원이 해외 저작권자에게 간다. 선급금을 포함한 뮤지컬 로열티는 이 작품 제목대로‘어머나, 맙소사’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맘마미아’의 커튼콜 장면. 한국 관객이 10만원짜리‘맘마미아’표를 사면 1만3500원이 해외 저작권자에게 간다. 선급금을 포함한 뮤지컬 로열티는 이 작품 제목대로‘어머나, 맙소사’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신시컴퍼니 제공

신시 박명성 대표는 1999년 '시카고'를 선급금 2만달러에, '렌트'는 3만달러에 계약했다. 2002년 계약하고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뮤지컬 '맘마미아'(제작비 100억원)는 로열티가 13.5%(매출액 기준), 선급금은 2억원이었다. 박 대표는 "요즘은 더 작은 규모의 뮤지컬도 선급금 15만달러는 줘야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라며 "지금 '맘마미아'를 계약한다면 최소 10억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뮤지컬은 2007년 토니상 작품상 수상작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계 한 관계자는 "50만~100만달러의 선급금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며 "한탕주의 때문에 대기업 자본까지 20여곳이 달라붙어 무리한 딜(deal)이 난무했다"고 말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는 연 매출 3000억원 안팎. 과도한 선급금 상승의 피해자는 관객이다. 3만~5만원 하던 표값이 1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박 대표는 "대중 뮤지컬이 R석 기준 10만원을 넘는 것은 문제"라며 "할인도 남발해 정가(定價)나 품질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일본과 비교하면 더 비정상이다. 일본 공연권 계약 대행업체 NIMI의 니시무라 히데카타(西村英方) 대표는 "일본 제작자들은 아무리 유명한 뮤지컬이라도 일본 관객의 성향과 규모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수입 경쟁이 거의 없다"면서 "한국에서는 왜 '구매자'가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날아가 저자세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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