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13 03:04
아트 서커스 '아이디'
수직의 벽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곡예사들은 5m 아래 트램펄린(탄력이 강한 매트)으로 낙하했다가 튕겨나오면서 벽을 탔다. 여럿이 때론 경주하듯이, 때론 엇갈리면서 역동적인 몸의 무늬를 찍어냈다. 솟아오르는 탄력과 잡아내리는 중력, 그 팽팽한 긴장 사이에 예술이 있었다. 빌딩처럼 꾸민 세트의 돌출된 부분과 문·구멍까지 이용하는 이 '춤'으로 서커스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숱한 큐브(cube)들이 들락날락하는 효과를 낸 영상도 환상적이었다.
아트 서커스 《아이디(ID)》가 지난 7일 인천세계도시축전장 텐트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레인》과 《네비아》로 내한했던 캐나다 서커스단 '시르크 엘루아즈'가 한국에서 세계 초연한 《아이디》는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은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설정했지만 무대에 구현된 도시 풍경은 시각적으로 초라했고 수공업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 서커스 《아이디(ID)》가 지난 7일 인천세계도시축전장 텐트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레인》과 《네비아》로 내한했던 캐나다 서커스단 '시르크 엘루아즈'가 한국에서 세계 초연한 《아이디》는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은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설정했지만 무대에 구현된 도시 풍경은 시각적으로 초라했고 수공업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캐나다 극단인 '태양의 서커스'와 달리 아날로그적인 몸에 집중하는 '시르크 엘루아즈'는 그 정석대로 장면을 시작했다. 남녀의 균형·힘·리듬·호흡으로 하는 신체 서커스, 기둥 위에서 수직으로 몸을 지탱하는 곡예를 초반부에 밀어넣었다. 위험해서 더 아름다웠다. 이어진 건 자전거 묘기였다. 한 바퀴로 선 채 객석을 한 바퀴 돈 곡예사는 사람을 뛰어넘고 춤까지 추면서 자전거와 한몸처럼 움직였다. 의자 8개를 높이 쌓아올린 뒤 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몸의 기하학을 보여주는 장면도 객석 반응이 좋았다.
천장에 끈이나 천을 매달고 보여주는 공중곡예 등 전통 서커스의 흔적이 여러 군데 남아 있었다. '바퀴'를 뜻하는 라틴어 '키르쿠스'가 서커스의 어원이듯이, 바퀴 묘기는 또 등장했다. 훌라후프 안에 올라타 구르면서 보여주는 곡예는 춤에 가까웠다.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게 장면을 더 빠르게 전개하고 광대극은 축소하겠다"고 한 연출가 제노 팽소(Painchaud)의 약속은 트램펄린과 벽을 이용한 마지막 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됐다. 빈약했던 빌딩 구조물은 변신(?)을 거듭하며 낭비 없이 100% 활용됐다. 《레인》이나 《네비아》에서는 쓰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아이디》는 관객 만족도가 높았다. 무대미술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스토리 라인이 부실하지만 객석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살아 있었다. 재료는 고전적인 서커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합과 응용의 승리다.
▶10월 25일까지 인천 송도 텐트극장. (032)873-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