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올스타' 화합의 선율, 대륙을 홀리다

입력 : 2009.08.06 03:30

정명훈 지휘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첫 중국 공연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중앙음악학원 강당. 말러 교향곡 1번 마지막 4악장의 힘찬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휘자 정명훈은 "실수를 해도 좋으니 두려워 말라. 남들을 그냥 좇아가지 말라"고 연방 단원들을 독려했다. 시카고 심포니·뉴욕 필하모닉·샌프란시스코 심포니·런던 심포니·도쿄 필하모닉·서울시향 등 세계 31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출신 단원들로 구성된 '아시아 필하모닉'의 리허설 현장이었다.

이틀간의 짧은 연습 일정이지만 유수의 명문악단들에서 합류한 '아시아 올스타팀'이 내뿜는 생동감과 역동성은 눈부셨다. 정명훈은 "억지로 연습하기보다는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상적인 1악장이 아니라, 절정의 4악장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리허설 순서까지 바꿨다.

3시간여의 말러 교향곡이 끝나자, 사이 카이(오보에·남 덴마크 오케스트라), 치유 모(클라리넷·런던 심포니), 케 마(바순·디트로이트 심포니), 한 샤오밍(호른·독일 라디오 필하모닉) 등 중국계 연주자 4명이 무대 복판에 올라왔다. 모차르트의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과 바순을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협연자들이었다. 지휘와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이날 리허설은 아시아 음악인들이 빚어낸 '아시아의 하모니'가 됐다.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출신 단원들로 구성된‘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명훈의 지휘로 5일 베이징에서 첫 중국 공연을 가졌다. 사진은 4일 리허설 장면./CMI 제공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출신 단원들로 구성된‘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명훈의 지휘로 5일 베이징에서 첫 중국 공연을 가졌다. 사진은 4일 리허설 장면./CMI 제공

1997년 창단 이후 매년 여름마다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 필하모닉이 처음으로 중국에 입성했다. 런던 심포니의 부수석인 치유 모와 서울시향의 수석 채재일이 클라리넷으로 호흡을 맞추고, 시카고 심포니 악장인 로버트 첸과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로라 첸 부부가 나란히 제1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대만 출신인 로버트 첸은 "시카고 심포니에서도 지휘자 정명훈과 관현악뿐 아니라 실내악까지 연주하며 교감을 나눴다. 이 악단에 참여할 때마다 특별한 화학 작용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른 수석으로 참가한 독일 라디오 필하모닉의 한 샤오밍은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첫발을 내디뎠던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 교향악단 시절부터 20여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명훈은 "샤오밍이 입단했을 당시에는 20대의 청년이었는데, 나도 단원들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며 웃었다. 이렇듯 '음악의 지구촌'에는 서로의 인연이 층층이 겹쳐 있다.

아시아 필하모닉은 5일 중국 베이징의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에서 공연을 가진 데 이어, 7일에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같은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국가대극원은 중국이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톈안먼 광장 서쪽에 야심 차게 건설한 초대형 공연장이다. 14만㎡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오페라하우스(2398석)와 콘서트홀(2019석), 드라마극장(1035석) 등을 갖추고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불린다. 거대한 알을 옆으로 누인 듯한 반구형(半球形)의 독특한 외관으로도 유명하다. 정명훈은 "아시아 국가들이 힘든 과거사를 딛고 일어서는 데 힘을 합해야 하며,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필하모닉 내한 공연, 7일 오후 8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032)42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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