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른아홉 여인들 "내 꿈, 내 사랑은 어디로…"

입력 : 2009.07.30 02:36

연극 '울다가 웃으면'

연극 《울다가 웃으면》(우현주 작·연출)은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소품이다. 두 개의 단막극에 하나의 이미지극을 붙이고 30대 후반 여자들의 인생으로 속을 채웠다. 순 코미디로 흐르는 것 같다가도 무심하게 한 마디씩 툭 던지는 대사들이 아리다. 그러나 긴장의 에너지가 차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헐겁다. 소소한 일상과 수다, 가볍고 얕은 감정들로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가슴을 쿵 치는 드라마에는 이르지 못했다.

바람난 남편을 둔 재영(정재은), 아이가 안 생겨 고민인 소영(정수영), 이혼한 대학교수 현수(우현주)가 4년 만에 한 펜션에서 만난다. 술이 돌자 첫사랑과 학창 시절 추억들이 희극적으로 재생된다. "내 취향이 소지섭인지 송승헌인지, 맛동산인지 꿀꽈배기인지, 신라면인지 너구리인지 그 인간(남편)은 아직도 모른다"는 재영의 푸념처럼, 인생은 불만스럽다. 그리고 "꿈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나이 서른아홉"이 돼버린 것이다. 그들은 종종 체호프의 연극 《세 자매》의 대사를 기억해낸다. 모스크바를 그리워하며 언젠가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세 자매의 이야기가 이들에게 집단최면제가 되는 셈이다.

《울다가 웃으면》에서 추억을 불러내는 방식은 만화적이다./맨씨어터 제공
《울다가 웃으면》에서 추억을 불러내는 방식은 만화적이다./맨씨어터 제공

암병동에서 펼쳐지는 두번째 에피소드는 거칠었다. 죽음으로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장치이지만 앞 에피소드와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극은 현실과 TV 광고를 교차편집하는 도입부와 '남자는 다 똑같다'는 식의 멀티맨 설정으로 객석 반응이 좋았다. 시간을 리와인드(rewind·되감기)하는 기법도 재미있었다.

우현주는 《바람의 키스》에서 여자의 상처를, 《굿바이쏭》에서는 사랑의 풍경을 여러 각도로 탐색한 연출가다. 동시대 관객, 특히 여성과의 호흡은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에피소드들 사이의 작용과 반작용을 이용하면서 얼마나 힘있는 드라마를 뽑아낼 것인가는 숙제로 남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스물아홉 미혼 여성이 주인공인 뮤지컬 《싱글즈》(8월 16일까지 PMC자유극장)와 함께 보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그 10년 사이에, 미혼과 기혼 사이에, 여자들의 고민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8월 30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2233-2784


 

연극 '울다가 웃으면' 연습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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