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팬텀, 지킬 되어 돌아왔네

입력 : 2009.07.23 05:20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 "한국 관객, 가장 열정적"

'그분'이 온다. 2005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에서 팬텀(유령)을 맡았던 브래드 리틀(Little·44)이 8월 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 관객과 재회한다. 객석을 긴장시키는 호흡, 극장을 통째로 울리는 성량, 강약과 타이밍을 읽는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이 배우는 한국팬들의 요청으로 2006년 《브래드 리틀 뮤지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번 《지킬 앤 하이드》에서 리틀의 배역은 물론 지킬·하이드. 벌써 1만4000장의 표가 팔렸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리틀은 "아시아에서 '집'이라고 할 만한 나라를 고르라면 단연 한국"이라고 말했다.

브래드 리틀의《지킬 앤 하이드》는 이렇다. 왼쪽은 지킬, 오른쪽이 하이드./쇼팩 제공
브래드 리틀의《지킬 앤 하이드》는 이렇다. 왼쪽은 지킬, 오른쪽이 하이드./쇼팩 제공

―한국 관객이 그렇게 다른가.

"어느 나라에서 공연하든 나는 '한국 관객만큼 열정적이고 전문적인 관객은 없다'고 말한다. 극장에서 한국 관객의 집중은 너무 강해 내가 쓰러질 것만 같았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폐막 날에는 700명이 극장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6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때는 마침 추석이었는데 팬들이 송편을 싸왔다."

―한국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주역 배우들은 대체로 작고 마른 체형이었다. 당신은 정반대인데.

"난 '영원한 팬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번 공연도 그래서 가능했다. 조승우의 지킬·하이드를 못 본 건 아쉽다. 인물을 해석하는 게 배우의 일이고, 나는 다른 지킬·하이드를 보여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지킬 앤 하이드》는 낭만적인 스릴러다.

"목표를 쟁취하려는 주인공의 의지도 비슷하다. 팬텀은 사랑을, 지킬은 선(善)을 원한다. 다른 점도 많다. 음악이 《오페라…》는 클래식이고 《지킬…》은 팝이다. 또 《오페라…》가 100m 달리기라면 《지킬…》은 마라톤 같다."

―지킬·하이드는 팬텀이나 《미녀와 야수》의 야수만큼 이중적 배역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그런 양면성이 있지 않나. 팬텀을 연기할 때는 감정적 진폭 때문에 정신적으로 탈진하게 된다. 지킬·하이드는 두 개의 다른 목소리와 몸을 써야 해서 신체적으로 힘겹다."

―노래하기는 어떤가.

"두 작품 다 어렵다. 《지킬…》에서는 테너 음역(지킬)으로 부르다 바리톤(하이드)으로 바뀌는 〈얼라이브(Alive)〉가 가장 버겁다. 좋아하는 노래는 지킬이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로 결정하고 부르는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 어떤 기분인가.

"미소가 절로 나온다. 최고의 관객이 있는 곳으로 곧 돌아가기 때문이다."

▶9월 2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


 

브래드 리틀의 '지킬 앤 하이드'. /박돈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