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에 묻은 슬픔… 명인(名人) 조갑녀의 민살풀이춤

입력 : 2009.07.23 05:14
흰 소복이 천천히 움직인다. 구부정한 85세의 춤꾼은 빈 손으로 민살풀이춤을 춘다. 한 팔을 든 채 조금씩 회전하고, 손목과 팔꿈치를 살짝 비틀고, 치맛자락을 잡는데 그 맵시가 다 춤이다. 움직임은 꼼꼼한 바느질처럼 느리다. 춤은 흐르고 어느 순간 장단을 이끌고 있다.

민살풀이춤의 명인 조갑녀가 26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춤! 조갑녀》를 공연한다. 민살풀이춤은 살풀이 장단에 춤을 얹지만 손에 명주수건이 없다. 화려함이라고는 없는 서글프고 무거운 춤이다.

"춤, 참 맹랑한 것이지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지요"라고 말하는 조갑녀는 1923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1929년에 권번에 입적해 동기(童妓)가 됐다. "몸에 춤이 들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춤꾼으로, 남원 사람들 사이에는 '춤은 조갑녀'라는 말이 일찌감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강성민의 승무, 박경랑의 교방춤, 권명화의 살풀이춤, 이현자의 태평무, 김운태의 채상소고춤도 볼 수 있다. (02)3216-1185

민살풀이춤을 추는 조갑녀./축제의땅 제공
민살풀이춤을 추는 조갑녀./축제의땅 제공

 


 

조갑녀의 민살풀이춤. /박돈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