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평론가가 뽑은 음악 신동(神童) 어, 모차르트는 어디갔지?

입력 : 2009.07.02 05:30

"독창성 부족" 10위안에 못들어
1위 멘델스존, 2위는 슈베르트

음악 역사상 최고의 신동(神童)은 누구일까요. 영국의 음악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이 최근 이런 질문을 음악 평론가들에게 던졌습니다. 민감한 질문답게 조사 방법도 까다롭습니다. 작곡가만 대상으로 하고, 만 18세까지 보여준 성취를 기준으로 삼으며, 현재 이 나이에 못 미치는 생존 인물은 제외한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10명의 입상자가 아니라 1명의 탈락자 때문에 충격이었습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모차르트(Mozart)가 10위권에서 제외된 것이었죠. 스티븐 존슨(Johnson)은 "모차르트가 18세 생일 때 숨을 거두었다면 오늘날 생각하듯 탁월한 천재라기보다는 오히려 괴짜에 가깝게 기억됐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모차르트가 17세에 작곡한 칸타타 〈기뻐하라, 환호하라(Exsultate, jubilate)〉, 현악 5중주 K.174 등은 뛰어난 작품임에 분명하지만, 비슷한 연령 때 멘델스존이 작곡한 〈8중주〉나 슈베르트의 〈물레 잣는 그레트헨〉과는 독창성이나 표현의 깊이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순(逆順)으로 순위를 살펴볼까요. 10위는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9위 리스트(헝가리) ▲8위 윌리엄 크로치(영국) ▲7위 생상스(프랑스) ▲6위 벤저민 브리튼(영국) ▲5위 프로코피예프 ▲4위 알렉산더 글라주노프(이상 러시아) ▲3위 에리히 코른골트 ▲2위 슈베르트(이상 오스트리아) ▲1위 멘델스존(독일)입니다.

이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巨匠)의 반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영국 작곡가 크로치(1775~1847)는 9세 때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고 바이올린 소나타 2곡과 피아노 소나타 3곡, 현악 4중주 등을 잇달아 쓴 전형적인 영재입니다. 하지만 유년 시절 지나친 조명 탓으로 훗날 그는 "나는 고통과 부끄러움으로 그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코른골트 역시 9세 때 말러가 신동이라고 격찬할 만큼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냈지만, 한동안 영화음악 작곡가 정도로만 기억되다가 최근에야 본격적인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설문은 또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아이의 재능이 당장 빛나기를 기대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길게 스스로 갈고 닦는 법을 체득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베토벤이 순위에 없다고 해서 그의 재능이나 불굴의 노력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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