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가 기가 막혀

입력 : 2009.05.22 06:22

이찬해 교수, 플루트 등 클래식 반주로 판소리 공연

"놀부 놈 거동 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 위에 번듯이 들고 '네 이놈 흥부 놈아!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는 니 팔자. 굶고 벗고 내 모른다.'"

판소리 《흥부가》에서 배 굶는 자식들 보기 안쓰러워 염치불구 형님을 찾아간 흥부에게 놀부가 매타작을 놓는 대목이다. 자진모리로 빠르게 전개되는 〈흥부가 놀부한테 매 맞는 대목〉에 작곡가 이찬해 연세대 교수는 기존의 북 대신에 플루트와 트롬본, 더블 베이스와 타악기의 소리를 입힌다. 명창(名唱)의 소리는 같지만, 서양 클래식 악기들이 반주를 맡는 것이다.

2006년 10월 이찬해 교수의 판소리 리믹스《적벽가》공연에서 남상일 명창이 피아
노 등 서양 악기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연세대 음대 제공
2006년 10월 이찬해 교수의 판소리 리믹스《적벽가》공연에서 남상일 명창이 피아 노 등 서양 악기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연세대 음대 제공

지난 2006년부터 매년 판소리 다섯 바탕의 주요 대목을 클래식 악기로 재해석하고 있는 '판소리 리믹스(Remix)'로, 올해는 판소리 《흥부가》를 골랐다. 흥부의 은혜를 입은 제비가 흥부의 집을 다시 찾아오는 〈제비 노정기〉에서는 플루트·피아노·더블 베이스가 등장하고, 〈놀부 심술로 흥부가 쫓겨나는 대목〉은 피아노·팀파니·트롬본이 소리꾼을 돕는다. 24일 오후 4시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이찬해의 판소리 흥부가'에서도 박성희 명창 외에 플루트·트롬본·더블 베이스·피아노·타악기 등이 무대에 선다.

이 교수는 "판소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모노드라마고 우리 조상의 리듬감은 지금 이 시대의 복잡한 리듬에 버금간다"며 "명창 한 명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판소리를 공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채를 입히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적벽가》와 2007년 《수궁가》에 이은 세 번째 연작으로, 《춘향가》와 《심청가》로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02)583-9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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