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도 될 성싶은 제자에게 하죠"

입력 : 2009.05.13 03:14

올해 예순 '바이올린 대모' 김남윤 교수,
제자들이 헌정음악회

24일 제자들로부터 '헌정음악회'를 선물 받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마스트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신아라·신현수 자매, 강주미, 장유진은 최근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뒀다는 점 말고도 한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모두 '한국 바이올린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김남윤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제자들이라는 점이다.

정준수(경희대), 김현미(경원대), 김현아(연세대), 백주영(서울대) 등 국내 바이올린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부터 이들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까지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 바이올리니스트치고 그의 문하를 거치지 않은 연주자가 없을 정도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가 올해 예순을 맞아 제자들로부터 특별한 음악 선물을 받는다. 오는 24일 오후 4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헌정 음악회 '김남윤의 마이 웨이(My Way)'다.

김 교수는 "나는 인터뷰를 해도 재미없는 사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9시면 학교에 나와서 오후 6~7시가 되도록 하루 8~9시간씩 가르쳐요. 제자들이 연주회나 콩쿠르, 시험을 앞두면 챙겨서 들어봐야 하고…. 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재미도 없죠." 독주회나 협연 등 제자들의 무대를 놓치지 않고 보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일요일 오전이면 일종의 '보충 수업'으로 늦잠을 잔다"며 웃었다.

김 교수를 사사하는 제자들은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실 방문 곁에 붙어 있는 액자를 본 뒤에 교육을 받게 된다. "하루 연습을 거르면 자신이 알고, 이틀 거르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 거르면 청중이 안다"는 명(名)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말이다. 김 교수는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뒤에도 붙어 있을 글귀"라고 했다.

지금도 예술종합학교 복도를 걷다 보면, 이따금씩 그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커다란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자들이 실수하거나 연습을 빼먹을 때 어김없이 터진다. 이 때문에 '다혈질 스승'이나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김 교수 스스로는 "잔소리도 사람 봐가면서 한다. '맞춤형'인 셈"이라고 했다.

24일 헌정 음악회에서 100인의 제자들로 구성된 '바이올린 오케스트라'는 김 교수가 공연 말미에 즐겨 연주하는 팝 음악 '마이 웨이'를 들려주고, 바흐·멘델스존·차이콥스키·피아졸라 등의 곡으로 꾸민다. 김 교수도 무대에 직접 올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K.378번)를 연주한다.

다음 달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주니어 차이콥스키 콩쿠르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김남윤 교수는 "재능을 갖춘 젊은 연주자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들의 재능을 썩힌다면 낭비다. 이 낭비를 조금이라도 없애주는 것이 나의 몫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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