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래식 불청객들 위한 유쾌한 음악선물

입력 : 2009.05.07 05:26

예술의전당 '어린이 음악회'

평소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 어린이는 반가운 손님이라기보다 불청객에 가깝다. 출입 연령 제한으로 입구에서 안내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꼬마 관객'의 잡담이나 박수, 잦은 기침은 제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5월 5일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인 어린이를 위해 공연장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어린이 음악회〉였다.

2006년부터 매진에 가까운 객석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인기 콘서트답게 가족 관객이 많았다. 3년째 해설을 맡고 있는 신애라씨도 이날만큼은 탤런트라는 꼬리표를 잠시 떼고 "아이 셋을 두고 있는 엄마 신애라"로 자신을 소개했다.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와 함께, 어린이 음악회의 최고 단골 메뉴인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1부 곡목으로 골랐다. 동물에 악기들을 연관 지어 오케스트라의 재미에 눈뜨게 해주는 효과가 크다. 2대의 피아노와 낮은 현악이 늠름한 사자를 표현하고, 클라리넷은 뻐꾸기 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첼로 선율이 우아한 백조를 표현하는 식이다. 빠른 춤곡인 오펜바흐의〈천국과 지옥〉을 한없이 느린 박자로 늘어뜨려 느릿느릿한 거북이를 묘사한 위트도 빛난다. 강남 심포니(지휘 서현석)의 연주와 함께, 신애라씨도 14곡의 중간중간 따뜻하면서도 간결한 해설로 이해를 도왔다.

〈어린이 음악회〉에서 강남 심포니(지휘 서현석)의 연주로, 테너 박상현과 바리톤 서
정학이 로시니의 오페라《세비야의 이발사》를 부르고 있다./예술의전당 제공
〈어린이 음악회〉에서 강남 심포니(지휘 서현석)의 연주로, 테너 박상현과 바리톤 서 정학이 로시니의 오페라《세비야의 이발사》를 부르고 있다./예술의전당 제공
2부에선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서곡과 유명 아리아를 갈라(gala) 콘서트 방식으로 펼쳐보였다. 객석 뒤편에서 내려오면서 호쾌한 음성과 능청맞고도 앙증맞은 율동으로 〈나는 이 거리 제일가는 이발사〉를 부른 바리톤 서정학씨가 어린이 관객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5~6곡으로 오페라 전체를 전달하기에는 모자란 탓에, 신애라씨의 해설이 다소 길어졌다.

하지만 2부가 끝난 뒤에는 어린이 관객들이 무대로 맘껏 뛰어나와 성악가들과 손잡고 〈즐거운 나의 집〉을 함께 부르는 깜짝 앙코르를 선사했다. '1년 내내 어린이날만 같았으면'이라는 아이들의 소망처럼, 어린이 음악회도 1년에 단 하루가 아니라 틈틈이 열린다면 아이들에게 커다란 음악 선물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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