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의 별 한국에 뜬다

입력 : 2009.04.22 06:22

세계적 콩쿠르 우승 박세은, 미(美) 활동 접고 국립발레단에

'로잔의 여왕'이 국립발레단에 온다. 2007년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활약해온 발레리나 박세은(20)이 5월 국립발레단에 입단한다. 21일 오전(한국시간) 국제전화를 받았을 때 박세은은 짐을 싸고 있었다. 뉴욕 생활 2년의 마지막 밤이었다. 그는 "발레는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뉴욕을 떠난다는 건 아쉽다"며 "짐이 많아 밤을 새울 것 같다"고 했다.

2006년 미국 잭슨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받은 박세은은 세계 4대 발레콩쿠르 중 두 봉우리를 정복한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다. 집념 강한 노력파로 예원학교 시절부터 '빡세'로 불렸던 그는 서울예고 1학년 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차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로잔 우승 뒤 ABT로 직행했다. 그는 "콩쿠르 성적은 ABT로 몸을 밀어넣는 기회를 줬을 뿐이고 이제 다시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ABT에서 1년에 15편, 50~60회 이상 무대에 올랐어요. 니나 아나니아시빌리, 팔로마 헤레라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과 한 공간에서 연습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지요.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ABT에서는 어깨 너머 눈으로 익혔지만 국립발레단에서는 더 넓고 깊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 로잔발레콩쿠르 무대의 박세은. 다음달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는 그는“이제 발
레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2년 전 로잔발레콩쿠르 무대의 박세은. 다음달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는 그는“이제 발 레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박세은의 국립발레단 입단 결정에는 '김지영' '최태지'라는 이름도 작용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올 하반기 국립발레단으로 돌아오는 김지영은 10년 전 '발레 초보' 박세은의 우상이었고, 국립발레단장 최태지는 '꼬마 박세은'이 국립발레단 문화학교를 다닐 때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조언해준 스승이다.

박세은은 국립발레단에서 코르 드 발레(군무진)로 시작하지만 머지않아 주역을 맡을 수 있는 스타다. 국립발레단은 김지영·박세은 영입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귀국하는 발레리노 김용걸의 출연도 타진 중이다.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박세은은 오는 26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안나 안토니체바 등과 함께 성남국제무용제 갈라 무대에 올라 《백조의 호수》 2막 중 그랑 아다지오를 춘다. 한국 무대 복귀 신고다.

"클래식 발레와 모던 발레 다 좋아하는데 클래식 중에는 표현력이 중요한 《지젤》, 백조·흑조의 변신이 매력적인 《백조의 호수》, 희극 발레 《돈키호테》에 끌려요. 앞으로 몇 년은 다 잊고 국립발레단에서 기량과 경험을 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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