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오르간, 모처럼만의 외출

입력 : 2009.04.16 02:43

김희성 교수·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잇따라 공연

오르가니스트 김희성
8098개의 파이프, 6단에 이르는 건반, 높이 11m, 폭 7m, 무게 45t….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측면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그 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하지만, 정작 연주되는 일은 드물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그 파이프 오르간이 모처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오르가니스트 김희성 교수(이화여대)는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람회의 그림〉을 이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한다.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피아노 원곡이나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으로는 즐겨 연주하지만, 오르가니스트 장 기요(Guillou)가 편곡한 오르간 곡으로는 자주 들을 기회가 없었다.

김 교수는 "기요 자신이 즉흥 연주의 대가(大家)였기 때문에 원곡에서 달라지는 대목이 많다. 이번 연주에서는 다시 원곡에 맞게끔 조금씩 손봤다"고 말했다.

〈전람회의 그림〉은 작곡가의 절친한 친구이자 화가였던 하르트만이 31세에 타계한 뒤에 열린 유작 전시회에서 10점을 뽑아 거기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썼다. 원곡 자체가 '음악과 그림의 만남'인 셈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도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그림 감수를 맡았던 이종목 교수(이화여대)의 회화를 바탕으로 하동환 교수(중앙대)가 제작한 영상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김 교수는 "원곡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이라면, 이번 연주에서는 다시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를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을 오르간으로 연주하고, 오르간의 연주법과 기능을 해설하는 '맥가이버와 함께 풀어가는 오르간의 비밀'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깃든 연주회를 의욕적으로 선보였다.

그는 "오르간이 교회에서 비롯한 악기이기 때문에 일반 관객이 친숙하게 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기에 청중과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꼼수'도 필요하다"며 웃었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
다음 달 9~10일 내한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Dresden Staatskapelle) 역시 10일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선보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흔히 쓰이는 이동식 오르간 대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파이프 오르간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무대 위에 이동 연주대를 설치해서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의 지시에 맞춰 건반을 누르면, 대극장의 파이프 오르간까지 그 신호가 전달된다. 오르간 제작 마이스터인 안자헌씨는 "온도가 올라가면 오르간 음정도 따라서 미세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조율 문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냉·온방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주 당일 필요한 음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성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21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02)780-5054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 5월 9~10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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