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09 05:38
| 수정 : 2009.04.09 07:17
스노우맨 주제곡 '하늘을 걷다'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굳이 시시포스 신화나 다빈치의 날틀 스케치 등을 거론하지 않아도 인류 망상(妄想)의 역사만큼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의 재미를 라이트 형제가 맛보아버린 후 과학의 발달이 우리들에게 선사한 것은 환상이 배제된 교통수단으로서의 비행기다. 처음 비행기에 탔을 때 얼마나 실망했던지! 내가 원한 것은 날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지 하늘에 뜬 채로 이동하는 게 아니었다. 창문도 열 수 없는 비행기 따위는 자동차보다도 재미없었다.
"날 수 있는 능력과 음악을 할 수 있는 능력 중 택일해야만 한다면?" 하는 질문을 던져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는 내가 제대로 된 '나는 장면'에 껌뻑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노우맨》의 〈하늘을 걷다(Walking in the Air)〉처럼 훌륭한 음악이 곁들여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날 수 있는 능력과 음악을 할 수 있는 능력 중 택일해야만 한다면?" 하는 질문을 던져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는 내가 제대로 된 '나는 장면'에 껌뻑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노우맨》의 〈하늘을 걷다(Walking in the Air)〉처럼 훌륭한 음악이 곁들여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오래 전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반해버렸던 《스노우맨》의 공연 버전 1막은 다소 지루했다. 공연 매너가 형편없는 옆자리의 한 엄마(알아서 잘 보고 있는 딸에게 계속 친절한 설명을 해댔다)에게 참다 못해 한마디하려던 차, 어어어어어!!! 스노우맨과 소년이 둥실 떠오르며 〈하늘을 걷다〉가 울려 퍼진다. 정신이 번쩍, 온몸이 짜릿. "우린 하늘을 걷고 있다/ 달빛 가득한 하늘에 떠 있는 거야~" 하는 노래에 실려 손을 흔드는 스노우맨. 나는 좀 쑥스러워서 손을 마주 흔들지는 못하지만 속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외친다. "스노우맨, 여기요 여기! 이지혜 어린이(?)도 날고 싶어요!"
〈하늘을 걷다〉는 많은 이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지만 원전대로 티 없는 목소리의 소프라노가 불렀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어린이 노래라고 손발 오그라들게 귀여운 척 데데거리지도 않지만 어른스럽게 보이려는 과다한 비브라토(떨림) 역시 배제된 텅 빈 공기 같은 맑음. 이런 목소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듯 준엄하고 성스럽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 노래가 흐르는 동안 마음을 공중으로 둥실 띄워주는 곡이었다.
공연을 본 날 밤, 하늘을 나는 꿈을 간절히 바랐지만 아쉽게도 꽝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오늘밤 행운이 찾아오기를.
▶공연은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77-5266
공연을 본 날 밤, 하늘을 나는 꿈을 간절히 바랐지만 아쉽게도 꽝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오늘밤 행운이 찾아오기를.
▶공연은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77-5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