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포저, 옛 바이올린 들고 내달 모차르트 리사이틀

입력 : 2009.04.09 05:39

내 사랑 바로크

다음 달 내한 연주회를 갖는 영국의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 레이첼 포저. 2004년부
터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며 정상급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로 발
돋움했다./빈체로 제공

아버지는 플루트와 피아노를, 어머니는 첼로와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가 집안이었다. 소녀도 오빠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나 명절마다 집안에서는 가족음악회가 열렸고, 갖가지 편성으로 실내악을 다 같이 연주했다.

"어릴 적에는 사실 바이올린보다는 부모님의 연주에 맞춰 춤추는 걸 더 좋아했지요." 우리 시대 최고의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로 평가받는 영국의 레이첼 포저(Podger·40)는 프랑스 파리 연주회를 앞두고 수화기 너머로 추억 보따리를 경쾌하게 풀어놓는다.

부모님은 영국의 명문(名門) 몬테베르디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성악가이기도 했다. 어릴 적, 포저가 처음 들었던 바로크 음악도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하고 몬테베르디 합창단이 노래한 바흐(Bach)의 칸타타 음반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나 연주법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당대 연주' 흐름이 막 싹트고 있었어요. 깨끗하고 진실된 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철제 현(絃)이 아니라 양의 창자를 정제해서 만든 거트(gut) 현을 사용하고 개량 이전의 투박한 악기를 그대로 쓰는 당대 연주는 특유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소리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독일로 건너가 엄격한 러시아 음악 학파의 스승 아래서 바이올린을 공부했지만, 포저의 궁금증은 멈추질 않았다. "왜 바흐를 반드시 하나의 연주 방식으로만 해석해야 하는지 여쭤보았지만, 원리·원칙에 충실한 선생님께선 질문 자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결국 포저는 영국으로 돌아와 현대식 바이올린 대신 바로크 바이올린을 잡았고, 잉글리시 콘서트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같은 명연주단체에서 악장을 맡으며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4년은 그녀의 경력에서 분기점을 이룬 해였다. 동료 건반 연주자 게리 쿠퍼(Cooper)와 호흡을 맞춰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모차르트 시대의 악기로 녹음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식 피아노와 바이올린 대신, 포르테피아노(fortepiano)와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녹음한 이 연작 음반은 그라모폰과 디아파종 등 각종 음악전문지의 상을 휩쓸면서 우리 시대의 모차르트를 보여주는 명반(名盤)으로 자리 잡았다.

포저는 "바로크 시대 악기는 현대식 악기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조용하면서도 긴장감은 덜하기 때문에 친근하고 따뜻한 음색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포저가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향하는, 길지만 흥미진진한 여행"이라고 부른 머나먼 여정도 올해 출시되는 7·8집 음반을 끝으로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

포저는 쿠퍼와 함께 다음 달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변주곡들을 들려준다. 그는 "2002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에도 '나는 바흐를 사랑해요' '레이첼을 사랑해요'라고 적어놓은 수첩에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의 뜨거운 열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레이첼 포저·게리 쿠퍼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리사이틀, 5월 23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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