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의 군무(群舞)… 황금빛 사원… '블록버스터 발레'의 귀환

입력 : 2009.04.09 05:39

UBC 창단 25주년 기념작 '라 바야데르' 5년만에 공연

발레 관객이라면 4월에 이 장면을 놓칠 수 없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창단 25주년 기념작으로 5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라 바야데르》(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 중 3막 〈망령(亡靈)들의 왕국〉이다. 클래식 발레 가운데 가장 많은 32명의 발레리나가 군무(群舞)로 아름다운 무늬를 찍는다. 한 명씩 계단을 내려오면서부터 통일감 있는 군무를 완결하기까지 11분이 걸린다.

《라 바야데르》에는 '발레의 블록버스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출연진이 100~150명에 이를 정도로 많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UBC 공연에는 모두 130명이 춤을 춘다. 푸른 조명 아래 펼쳐지는 망령들의 왕국 장면은 《백조의 호수》의 호숫가 장면, 《지젤》에서 윌리들의 군무와 함께 백색 발레(ballet blanc)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戰士) 솔로르, 승려 브라민과 공주 감자티의 뒤엉킨 사랑과 질투, 복수와 용서를 따라간다. 거대한 세트와 화려한 의상(400여벌), 실물 크기의 코끼리, 온몸에 황금칠을 한 황금신상 등 볼거리가 많은 클래식 발레다.

발레《라 바야데르》3막 중〈망령들의 왕국〉장면. 32명의 발레리나들이 차례로 계단을 내려오며 아라베스크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라 바야데르》3막 중〈망령들의 왕국〉장면. 32명의 발레리나들이 차례로 계단을 내려오며 아라베스크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유니버설발레단 제공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초연했다. 프티파는 차이콥스키와 함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을 만들었지만 《라 바야데르》의 음악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밍쿠스가 썼다. 공연 30분 전 문훈숙 UBC 단장이 해설을 해준다. 문 단장은 "스케일이 크기도 하지만 무용수의 기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특히 망령들의 왕국 장면은 스토리 없이 음악과 안무의 조화, 무용수들의 개인기를 감상할 수 있어 따로 공연되기도 할 정도로 대중적"이라고 말했다.

니키아는 임혜경·강예나·황혜민, 솔로르는 황재원·이현준·엄재용, 감자티는 이상은·한서혜·강미선이 나눠 맡는다. 사랑을 쟁취하려는 여인으로서 연기력과 어려운 테크닉을 보여줘야 하는 감자티가 특히 주목된다. 금·토·일요일에는 경기도립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화·수·목요일은 MR(녹음반주)을 쓴다. 공연 중 간단한 자막도 제공된다.

▶17~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555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라 바야데르'.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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