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02 06:42
| 수정 : 2009.04.02 08:01
'로봇 배우' 쓰는 일본 연출가 히라타 교수
"로봇 때문에 배우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지요. '로봇 배우'는 장점이 많습니다. 시키는 대로 불평 없이 다 하지요. 또 '임신해서 이번 공연은 어렵겠다'는 말도 안 할 것 아닙니까."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47) 일본 오사카대학 교수는 웃고 있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그는 작년 11월 '일하는 나'라는 20분짜리 실험극을 초연(初演)했다. 키가 150㎝인 두 대의 로봇(humanoid)이 배우로 출연, 다른 두 배우(인간)와 대화하고 움직이며 교감하는 미래형 연극이었다. 히라타 교수는 "마지막 장면에서 로봇이 무기력증에 빠진 남자 배우에게 '우리도 석양(夕陽)을 보러 가자'고 할 때 여러 관객이 울었다"며 "연극 역사상 굉장히 의미 있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 순간 (사실주의 연극 이론가) 스타니슬랍스키가 틀렸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로봇에게는 내면이 없는데, 그래도 어떤 심리 상태를 표현했고 관객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흐름 속에 로봇이 들어 있다면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47) 일본 오사카대학 교수는 웃고 있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그는 작년 11월 '일하는 나'라는 20분짜리 실험극을 초연(初演)했다. 키가 150㎝인 두 대의 로봇(humanoid)이 배우로 출연, 다른 두 배우(인간)와 대화하고 움직이며 교감하는 미래형 연극이었다. 히라타 교수는 "마지막 장면에서 로봇이 무기력증에 빠진 남자 배우에게 '우리도 석양(夕陽)을 보러 가자'고 할 때 여러 관객이 울었다"며 "연극 역사상 굉장히 의미 있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 순간 (사실주의 연극 이론가) 스타니슬랍스키가 틀렸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로봇에게는 내면이 없는데, 그래도 어떤 심리 상태를 표현했고 관객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흐름 속에 로봇이 들어 있다면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난 히라타는 일본에서 '과학 연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연극인이다. 할아버지가 의사, 아버지는 물리학을 전공한 작가, 부인은 생물학 전공자다. "연출가로서 인간의 정신적·감정적 측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는 그는 "보통 '다른 문화'라고 하면 외국부터 떠올리는데 과학자들이야말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라고 말했다.
히라타 교수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과학하는 마음―발칸 동물원'의 원작자다. 31일에는 '왜 과학연극인가?'라는 포럼에 참석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서는 의사·변호사·과학자 같은 사람들이 일반에 다가가는 방식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광우병이나 유전자 조작도 대중의 눈높이에서 공유돼야 할 지식"이라고 했다.
"연출가라는 직업은 직관적이고 회의(懷疑)를 거듭하지만, 배우들 앞에서는 늘 확신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나중에 이론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자연과학과도 닮아 있지요."
무엇이 좋은 연극이냐고 묻자 그는 "내 연극을 보고 비관하는 관객과 낙관하는 관객이 반반씩이었으면 좋겠다"며 "모두에게 용기를 주거나 다 슬퍼지는 연극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히라타 교수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과학하는 마음―발칸 동물원'의 원작자다. 31일에는 '왜 과학연극인가?'라는 포럼에 참석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서는 의사·변호사·과학자 같은 사람들이 일반에 다가가는 방식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광우병이나 유전자 조작도 대중의 눈높이에서 공유돼야 할 지식"이라고 했다.
"연출가라는 직업은 직관적이고 회의(懷疑)를 거듭하지만, 배우들 앞에서는 늘 확신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나중에 이론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자연과학과도 닮아 있지요."
무엇이 좋은 연극이냐고 묻자 그는 "내 연극을 보고 비관하는 관객과 낙관하는 관객이 반반씩이었으면 좋겠다"며 "모두에게 용기를 주거나 다 슬퍼지는 연극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