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켜듯… 첼로도 어깨 연주

입력 : 2009.04.02 05:34

쿠이켄, 통념깬 연주음반 내

바흐(Bach)의 시대에는 첼로도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처럼 어깨에 대고 서서 연주했을까. 벨기에 출신의 고(古)음악 명인 지히스발트 쿠이켄(Kuijken)이 첼로에 대한 통상적인 관념에 도전하고 나섰다.

흔히 '첼로의 구약 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전곡(6곡)을 첼로 대신 '어깨 첼로'라는 뜻의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로 녹음한 것이다. 최근 그 음반(Accent)이 국내에 소개됐다. 쿠이켄은 지난해 고음악 단체 '라 프티트 방드'의 내한 공연 때도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1번을 이 악기로 연주했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보다 큰 '어깨 첼로'는 수평에 가깝게 가슴에 대고 연주하며, 목에 끈을 걸어서 악기를 고정시킨다. 18세기 초까지도 활발하게 사용됐지만, 오늘날 사용하는 현대식 첼로가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춰 지금은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다.
바흐의〈무반주 모음곡〉을 다리 사이에 끼워서 연주하는 현대식 첼로 대신‘어깨 첼로’로 녹음한 지히스발트 쿠이켄. /유유클래식 제공
바흐의〈무반주 모음곡〉을 다리 사이에 끼워서 연주하는 현대식 첼로 대신‘어깨 첼로’로 녹음한 지히스발트 쿠이켄. /유유클래식 제공

쿠이켄은 음반 해설에서 "꽤 오래전부터 '첼로'라는 단어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고, 쓰고 있는 의미와 같았을까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1685년 태어나 1750년 타계한 바흐가 활동할 당시, 유럽에서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악기가 활발하게 고안됐다. 이 때문에 오늘날처럼 한 종류의 악기로만 곡을 연주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희박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는 1756년 "요즘에는 심지어 첼로를 다리 사이에 끼워서 연주하기도 한다"고 바이올린 교본에 적었다. 현대식 첼로 주법이 당시 새롭게 등장한 최신 유행이었다는 뜻이다.

쿠이켄은 2003년 브뤼셀의 악기 박물관과 라이프치히 박물관에 보관된 '어깨 첼로'를 참조해서 악기를 새로 만들고 연습과 실황 연주를 거듭한 끝에 이번 녹음에 나섰다. "아직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바흐의 모음곡도 '어깨 첼로'를 통해 연주할 때 훨씬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 쿠이켄의 주장이다. 이번 음반의 연주도 훨씬 빠르고 간결한 맛을 살렸다. 명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이후 고독하게 홀로 앉아서 연주하는 곡으로 굳어졌던 바흐의 작품에 대한 이미지도 서서히 깨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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