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관에 2193점 기증… "고국에 맡길 수 있어 행복"

입력 : 2009.03.31 03:27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씨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씨/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70)씨는 공공미술관장들이 가장 모시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광주시립미술관에 1993년부터 3차례에 걸쳐 1865점의 작품을 기증한 데 이어 부산시립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까지 모두 2193점을 기증했다. 국내 국공립미술관 기증자 중 단연 독보적이다.

193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하씨는 전자제품 판매와 부동산 임대업으로 부를 일궜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컬러TV를 사려는 붐이 일었고 세탁기 같은 전자제품도 잘 팔렸다. 하씨는 이런 흐름을 타고 모은 돈으로 부동산 임대업에 진출해 크게 성공했다.

25세 때 재일작가 전화황(全和凰)의 작품을 시작으로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한 하씨는 점차 민족의 혼을 보여주는 전시를 생각했고, 일본에 끌려와 억울하게 숨진 한국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미술관 건립도 계획했다. 그는 "1991년 일본 아키타(秋田)현에 미술관을 세우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악화된 한·일 감정을 두려워한 아키타현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하씨의 꿈은 2년 뒤 국내 지인의 요청으로 광주시립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았다. 부친의 고향이 전남 영암인 하씨는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부터 작품 기증을 요청받고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하씨가 기증한 작품은 재일작가뿐 아니라 이우환에서 오치균까지 한국 현대작가의 작품도 아우르고 있다. 외국 작가로는 샤걀과 미로, 달리, 재스퍼 존스 같은 유명작가들의 판화 작품이 포함돼 있다.

이어 부산시립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의 기증 요청도 뿌리치지 않은 하정웅씨는 "성심껏 모은 작품을 기증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내가 기증한 이후 다른 사람도 뒤따라 작품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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