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23 05:59
국립발레단 '신데렐라'
똑딱 똑딱 똑딱…. 맥박 같은 시계 초침 소리가 무섭게 차오른다. 급기야 울리는 종소리. 신데렐라(김지영)는 계단으로 황급히 뛰어나간다. 무대는 어두워지고 신데렐라의 금빛 발에 핀라이트가 떨어진다. 왕자(이동훈)가 그녀를 잡으려고 몸을 던지지만 역부족. 엎어진 채로 질질질 계단 아래로 미끄러진다. 암전(暗轉).
국립발레단이 올린 《신데렐라》의 하이라이트인 2막은 이렇게 닫혔다.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파격적인 고전 해석과 유머러스한 안무는 현대적인 무대·의상과 화학반응했다. 21일 저녁공연이 끝날 때 관객은 환호와 박수, 여러 번의 커튼콜로 이 모던 발레의 성공을 격려했다. 클래식에 치중해온 국립발레단에 이채로운 레퍼토리 하나가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국립발레단이 올린 《신데렐라》의 하이라이트인 2막은 이렇게 닫혔다.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파격적인 고전 해석과 유머러스한 안무는 현대적인 무대·의상과 화학반응했다. 21일 저녁공연이 끝날 때 관객은 환호와 박수, 여러 번의 커튼콜로 이 모던 발레의 성공을 격려했다. 클래식에 치중해온 국립발레단에 이채로운 레퍼토리 하나가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신데렐라》는 무대 디자인부터 눈을 잡아끈다. 락스로 표백한 듯한 거대한 종잇장들이 서 있는데 구겨지고 접힌 모양새다. 동화의 이야기와 이별하겠다는 선언 같다. 신데렐라는 새엄마(윤혜진)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친엄마(김주원)를 그리워한다. 신데렐라를 밀쳐내고 바닥에 쓰러뜨리는 것도 춤이다. 흑백이 지배하는 무대에서 빨간 무도회 초청장이 날아들고 조명이 보랏빛으로 바뀌며 부드럽게 판타지로 나아갔다.
안무와 무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라 무용수들의 존재감이 커 보이지는 않았다. "국립발레단 동료들이 너무 젊어 순식간에 '할머니'가 된 기분"이라던 김지영은 절망·환희, 긴장·이완의 진폭이 큰 소녀 신데렐라를 안정적으로 빚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맨발로 춘 춤은 이 그로테스크한 무대에서 관객이 집중할 수 있는 감정선을 잡아줬다. 엄마 겸 요정으로 변신을 보여준 김주원은 절정의 표현력으로 이 무대를 떠받쳤다.
형상을 일그러뜨리는 거울 앞에서 좋아라 하는 새엄마와 새언니들의 희극성, 엉덩이에 뿔 난 것 같은 기괴한 의상, 인형조종자처럼 무용수를 번쩍 들어 이리저리 옮기는 안무, 흰 세트에 투사되는 컬러풀하고 모던한 영상, 깊이감 있는 조명이 어우러졌다. 군무진의 앙상블도 좋았다. 그러나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녹음반주(MR)로 들려줘 춤과 음악이 불협하는 약점이 노출됐다. 신체조건과 균형감이 좋은 신예 이동훈은 《신데렐라》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