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진짜 트로트 들려드릴게요"

입력 : 2009.03.23 06:02

이미자 50주년 기념공연 유일한 초대가수 주현미
"초등학교 4학년 때 TV 이미자 모창대회서 어른들 제치고 최고상"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48)씨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68)를 위해 50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선다. 오는 4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이미자 노래 50년 콘서트'에서 주현미씨가 유일한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른다. 이미자 30주년 기념 공연 때 무대에 선 이후 두 번째 '협연'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MBC TV에서 했던 '이미자 스페셜 아워'라는 이미자 선생님 모창대회에 나갔어요. 이미자 선생님 노래 '잊을 수 없는 연인'을 불러서 어른들을 모두 제치고 제가 그랑프리, 최우수상을 받았죠. 그게 제 첫 TV 출연이에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주현미씨는 추억을 더듬는 표정이었다. 그는 "전통가요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미자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꿈을 꿀 텐데, 두 번이나 초대가수로 지목된 저는 행운아"라고도 말했다.

가수 주현미에게 '이미자'라는 가수는 "노래라는 걸 처음으로 가르쳐 준 사람"이기도 하다. 1964년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를 발표할 때 그녀는 네 살배기 어린아이였다. 라디오만 틀면 '동백아가씨'가 흘러나오던 시절 어린 주현미는 이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더니 곧 구성지게 곡조를 뽑아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을 불러와 구경시켰을 정도였다고. "남들은 노래를 배울 때 동요부터 부르는데, 나는 전통가요 먼저 익혔던 거죠. 태어날 때부터 이 길로 갈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대선배 이미자를 위해 5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함께 서는‘트로트의 여왕’주현미. 그는 이미자 모창으로 처음 TV에 출연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대선배 이미자를 위해 5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함께 서는‘트로트의 여왕’주현미. 그는 이미자 모창으로 처음 TV에 출연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최근까지 의외의 행보를 보여왔던 그다. 2008년엔 조PD와 함께 힙합과 트로트를 결합한 노래 '사랑한다'를 발표했고, 최근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멤버 서현(18)과 '짜라자짜'를 부르고 있다. '사랑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못 잊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노래하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주현미씨는 "모험심이 많아서 이런 시도를 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엔 이상하게 들리면 어쩌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한데 생각보다 괜찮은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서현이랑 부른 노래도 그렇고요. 새로운 시도를 자꾸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인제야 알게 된 거죠."

작곡가 김도훈씨가 구성지고 감칠맛 나는 주현미 목소리에 어울릴 젊은 음색을 찾다가 서현이 꾸밈없이 담백하게 노래하는 게 맘에 들어 낙점했다고. "다른 창법, 다른 세대, 다른 목소리가 만나 소위 네오 트로트라는 장르를 만든 거죠. 함께 무대에 설 때마다 엔도르핀이 솟는 걸 느껴요."(웃음)

주현미씨는 "지금까지 새로운 걸 해봤으니, 이젠 다시 전통가요로 돌아갈 차례"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트로트를 소개하는 의미로 다양한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좋지만, 그에겐 원형(原形)의 트로트를 복원하고 전파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빠르면 올해 봄에 내놓을 새 앨범도 순수한 전통가요로 채울 예정이다.

"트로트 하면 여전히 묻지마 관광버스에서 트는 노래, 카바레에서 듣는 노래라는 편견이 있어요. 그건 좋은 전통가요를 많이 듣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가슴을 울리는 노래, 목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노래가 우리 전통가요인데…. 그걸 제가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이미자 50년 노래 콘서트'에선 그의 히트곡 '신사동 그 사람'과 이미자의 '열아홉 순정', '님이라 부르리까'를 준비 중이다. "이미자 선생님 노래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낡을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기품이 있죠. 그런 노래를 부를 때까지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때론 힙합도 하고 때론 댄스음악도 하면서 진짜 전통가요만의 매력을 더 열심히 찾아볼 거예요."
데뷔 25주년을 앞둔‘트로트의 여왕’ 주현미(48)씨가 최근‘소녀시대’의 막내 서현(18)과 함께 부른 '짜라자짜’란 곡을 차트 상위권에 올리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씨는 이미자씨 콘서트에도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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