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대신 음악적 재능 받아 한번도 세상 원망한 적 없어"

입력 : 2009.03.20 03:06

내달 공연 '제2 스티비원더' 라울 미동

“어릴 때 기타를 우연히 잡은 날부터 기타야말로 내 평생의 연인이라는 걸 알았다”는 라울 미동. 그가 오는 4월 26일 두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프라이빗 커브 제공
'제2의 스티비 원더'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가수 겸 작곡가 라울 미동(Raul Midon·43)이 두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나 앞을 못 보는 라울 미동은 천재적인 기타 실력으로 이름난 뮤지션.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태어난 그는 록, 재즈, 라틴과 가스펠을 넘나드는 작곡 실력으로도 정평이 났다.

4월 26일 세종문화회관 M 씨어터에서 내한공연을 여는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작년 한국에서 공연할 때 엔지니어들이 만드는 사운드가 너무 훌륭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 공연도 무척 기대된다. 공연 끝나면 갈비를 먹으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라울 미동은 2005년 39살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다. 이전엔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 같은 라틴계 팝 스타들의 백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다. 그가 주목을 받게 된 건 전설적인 프로듀서 아리프 마딘과 만나면서부터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음반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State of Mind)'와 '월드 위딘 어 월드(World Within A World)'로 라울 미동은 평단의 지지와 대중적 인기를 한꺼번에 얻는 스타로 거듭났다.

라울 미동은 "비록 데뷔가 늦었지만 난 8살 때부터 가수가 될 준비를 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동의 타고난 리듬감은 아르헨티나 출신 프로 댄서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늘 집에서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재즈음악이나 산타나,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를 틀어놓고 가볍게 몸을 흔들었고, 때론 아르헨티나 전통 음악을 직접 기타로 연주해 주기도 했다.
"그걸 보고 들으며 자란 내가 훗날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작곡하는 사람이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게 미동의 설명이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시절엔 친구들과 '룩 어라운드(Look around)'라는 재즈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당시엔 그저 훌륭한 기타 연주자가 되고 싶었을 뿐 작곡하는 덴 별 관심이 없었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펜을 들어 곡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동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탁월한 노래 실력과 입으로 트럼펫 소리를 내는 독특한 재주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얻은 것이다. 그는 "지금도 매일 일정 시간 이상을 연습하고 공부한다"고 했다.

라울 미동은 "앞을 못 보는 건 분명 불편한 일이지만, 덕분에 난 내 머릿속 음악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끊임없이 내게 '넌 누구보다 온전한 사람'이라고 일깨워줬다. 덕분에 한번도 세상을 원망해본 적이 없다. 신은 내게 시력을 주시는 대신 음악적 재능을 주셨으니까. 그렇게 세상은 공평하니까." 문의 (02)563-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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