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19 03:29
| 수정 : 2009.03.19 07:22
무용수로 방한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뒤에 앉아계신 분들, 저 잘 안 보이시죠. 제가 책상 위에라도 올라가 볼까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Binoche·45)의 입에서 "허허허"가 터져 나왔다. 나란히 붙어 있던 그녀의 무릎이 기자회견을 시작한 몇 분 뒤 아저씨처럼 벌어져 있었다. 조금 뒤엔 허벅지를 연방 긁적긁적거렸다.
18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마냥 수줍고 청초한 석고 조각상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농담도 자주 하고 말하길 좋아하는 40대 여성이 보였다. '퐁네프의 연인'(1992), '블루'(1993), '나쁜 피'(1994) 등을 통해 신비하면서도 순수하고 고혹적이었던 그녀는 세월의 흐름만큼 인생의 여유도 가득 담아둔 듯했다. 한국은 첫 방문이라지만 직접 지도를 들고 영어로 묻고 물어 '추천 맛집'을 찾아갈 정도로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았다.
청초함은 털털함으로 변했지만 작은 몸을 깨고 나올 듯한 넘치는 에너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19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무용 공연 'in―I(내 안에서)'에서 춤을 선보이려고 한국을 찾은 그녀는 18일 오전에는 공연 관련 기자회견을, 오후에는 신작 영화 '여름의 조각들'(26일 개봉)과 오는 25일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릴 '쥘리에트 비노슈 특별전' 기자회견을 연달아 소화했다.
무용수로는 은퇴할 나이에 새롭게 무대에 뛰어든 것도 펄떡이는 동맥 같은 열정 때문이다.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 무용은 가슴으로 나오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내면과 외부를 한번에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새 분야에 도전할 때마다 제 스스로가 점점 더 겸손해짐을 느낍니다."
18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마냥 수줍고 청초한 석고 조각상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농담도 자주 하고 말하길 좋아하는 40대 여성이 보였다. '퐁네프의 연인'(1992), '블루'(1993), '나쁜 피'(1994) 등을 통해 신비하면서도 순수하고 고혹적이었던 그녀는 세월의 흐름만큼 인생의 여유도 가득 담아둔 듯했다. 한국은 첫 방문이라지만 직접 지도를 들고 영어로 묻고 물어 '추천 맛집'을 찾아갈 정도로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았다.
청초함은 털털함으로 변했지만 작은 몸을 깨고 나올 듯한 넘치는 에너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19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무용 공연 'in―I(내 안에서)'에서 춤을 선보이려고 한국을 찾은 그녀는 18일 오전에는 공연 관련 기자회견을, 오후에는 신작 영화 '여름의 조각들'(26일 개봉)과 오는 25일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릴 '쥘리에트 비노슈 특별전' 기자회견을 연달아 소화했다.
무용수로는 은퇴할 나이에 새롭게 무대에 뛰어든 것도 펄떡이는 동맥 같은 열정 때문이다.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 무용은 가슴으로 나오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내면과 외부를 한번에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새 분야에 도전할 때마다 제 스스로가 점점 더 겸손해짐을 느낍니다."
그녀는 스스로 "가장 프랑스적이지 않은 여배우"라고 말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허우샤오시엔 등 여러 나라 감독들과 많은 작업을 했습니다. 예술엔 국적이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누벨 바그(1970년대 프랑스 영화사조)가 동양에 영감을 줬듯이 현재는 아시아 영화가 서양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철학책에 푹 빠졌다는 그녀는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 보였다. "서예를 배우는데,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어요. 서양에서는 채우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데 동양은 여백을 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활동이 활발했던 1990년대를 가리켜 그녀는 "황금기를 넘어 다이아몬드기"라며 웃었다. 하지만 강조하는 건 똑같았다. "열정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제 원칙이에요. 그 모든 걸 찾아나가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