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주인공… 격렬한 키스… 발레 맞아?

입력 : 2009.03.16 03:35

국립발레단 공연 '신데렐라'의 파격

발레리나 김지영(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발바닥은 요즘 물집투성이다. 토슈즈(toeshoes)와 잠시 이별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 무대에 초청된 그녀에게 주어진 역은 신데렐라. 그런데 장-크리스토프 마이요(Maillot)가 안무한 이 모던 발레에는 동화 속 '유리 구두'가 없다. 한 술 더 떠 신데렐라는 맨발이다. 그 밖에도 파격이 많다.

①맨발에 금가루

발레리나는 무게 250~300g의 토슈즈를 신고 중력에 저항하며 날아오른다. 하지만 토슈즈는 그녀에게 통증이자 억압이기도 하다. 《신데렐라》에서 수동적 여성의 성공 신화를 지우고 싶었던 마이요는 아예 맨발을 택했다. 김지영은 "무대에서 편하게 걷는 게 어려울 정도로 내 발에 긴장이 남아있다"며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를 반복하는 중"이라고 했다. 2막에서 신데렐라는 발에 금빛 가루를 묻히고 등장한다.

②김주원·김지영이 한 무대에

김주원과 김지영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게 이번 공연의 '보너스'다. 두 발레리나는 보통 같은 역을 나눠 맡았기 때문이다. 흰색과 종이 질감이 지배하는 《신데렐라》 무대에서 김주원은 신데렐라의 죽은 엄마 겸 요정 역을 맡는다. 김주원은 "동화에 없는 신데렐라의 엄마·아빠 등을 등장시켜 사랑의 여러 풍경을 보여주는데 그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요정"이라고 했다.
《신데렐라》의 마지막 장면. 계단 위에서 신데렐라와 왕자가 키스하고 있다./국립발레단 제공
《신데렐라》의 마지막 장면. 계단 위에서 신데렐라와 왕자가 키스하고 있다./국립발레단 제공

③격렬한 키스 장면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마이요는 세계 정상의 모던 발레 안무가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손을 강조하며 고전을 비틀었고,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는 풍선과 구슬을 이용해 단절에 집중했다. 2005년 《신데렐라》 내한공연에서 관객은 신데렐라 엄마와 아빠, 왕자와 신데렐라 등의 격렬하고 깊은 키스 장면들을 봤다. 이번 국립발레단 무대도 그 농도(?) 그대로다. 김주원·김지영은 "아주 리얼하게 표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④표값 5000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객석(336석)이 5000원이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15만원짜리 VVIP석(24석)을 신설하면서 C석을 5000원으로 내렸다. 발레 대중화를 위한 가격 정책이다. 《신데렐라》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쓰고 MR(녹음 반주)로 진행된다. 8세 이상 관람가.

▶20~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윤혜진이 새엄마, 장운규가 아빠, 이충훈·이동훈이 왕자 역을 맡는다. 1544-1555


 

유리구두가 없는 맨발의 신데렐라. 국립발레단의 모던 발레 '신데렐라'. /박돈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