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설공찬전'
조선 희대의 빙의담을 표방하고 있는 연극 '설공찬전'은 조선시대 금서였던 동명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권력에 빌붙는 당대의 정치 상황이 오늘날의 그것과 비슷하여 작품 속의 해학과 풍자는 여전히 유효하며 시대적인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
곧은 성품의 충란은 죽은 아들 공찬을 그리며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입을 닫는다. 그런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공찬은 이승에서의 말미를 얻게 되고 사촌동생인 공침의 몸에 들어간다.
주인공은 공찬이지만 실제 무대에서는 그의 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공찬의 혼이 빙의된 공침이 공찬과 공침을 말그대로 신들린듯 넘나들며 관객들의 웃음과 환호를 자아낸다. 공침 역의 배우 정재성은 공침의 대책없는 난봉질부터 공찬의 아버지에 대한 애절한 마음까지 자유자재로 담아내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공침의 몸을 통해 권력에 들어보려 하지만 그 더러운 속성을 깨닫게 된 공찬은 이 몸 저 몸을 돌아다니며 금기를 깨기 시작한다. 아들 공침의 관직을 얻으려 했던 충수와 딸의 간택을 추선하던 오매당 부인 등이 각자의 목소리로 시원하게 권력을 향해 내지르는 장면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이런 작품은 '빙의'라는 소재를 연극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있게 풀어내느냐가 그 완성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데, '설공찬전'은 배우들의 역량으로 무난하게 '있을법한 이야기'로 관객들에 다가온다. 단, 사투리와 고어가 많아 대사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연극 '설공찬전'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4월 5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