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Ⅰ] [배우고 즐기고]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꾼다

입력 : 2009.03.11 03:20

성남 분당구 초림초등학교 영어 뮤지컬반
발성·발레·영어 동시에 공부
'사운드 오브 뮤직' 전편 공연

10일 오후 2시 성남 분당구 수내동 초림초등학교 5층 영어실. 7명의 학생들이 나란히 앉았다.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던 박지호(4학년)군이 일어서더니 "도 어 디어 어 피메일 디어(Doe a dear a female dear)"라고 노래를 불렀다. 이어 고예진(4학년)양이 일어나 "레 어 드랍 오브 골든 선(Re a drop of golden sun)"을 불렀다. 이렇게 7명의 학생들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도레미송'을 율동에 맞춰 멋지게 불렀다. 음정·목소리·영어 발음까지 수준급 뮤지컬 배우 못지 않았다. 이 노래에서 '시'를 불렀던 최영우(5학년)군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가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초림초교 '영어 뮤지컬반' 학생들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수업이 끝나면 5층에 있는 영어음악실에 4~6학년 26명이 모여 연습을 한다.

2007년 5월부터 현재까지 해오고 있다. 분당의 지역적 특성상 영어에 관심은 높은 데에 비해 아이들이 영어 사교육에 지치기 쉬었다. 당시 영어뮤지컬반을 제안했던 배윤주(40) 교사는 "분당 아이들이 영어를 잘한다고는 하지만 죽은 영어를 배우고 있다"라며 "일상 대화 표현들이 가득 담긴 영어 뮤지컬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산 영어를 가르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성남 분당구 수내동 초림초등학교 5층 영어실에서‘영어 뮤지컬반’학생들이 이춘기(한가운데·46) 지도교사와 함께‘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도레미송’을 선보이고 있다. (앞 왼쪽부터) 고예진(4학년)양, 이정로(4학년)군, 주우성(4학년)군, 박지호(4학년)군, (뒤 왼쪽부터) 김도연(4학년)양, 최영우(5학년)군, 오성연(5학년)군, 석유진(5학년)양. /이재준 기자 promejun@chosun.com
10일 오후 성남 분당구 수내동 초림초등학교 5층 영어실에서‘영어 뮤지컬반’학생들이 이춘기(한가운데·46) 지도교사와 함께‘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도레미송’을 선보이고 있다. (앞 왼쪽부터) 고예진(4학년)양, 이정로(4학년)군, 주우성(4학년)군, 박지호(4학년)군, (뒤 왼쪽부터) 김도연(4학년)양, 최영우(5학년)군, 오성연(5학년)군, 석유진(5학년)양. /이재준 기자 promejun@chosun.com
연기·춤·노래 기본기 탄탄

'영어 뮤지컬반'에 들어오면 먼저 노래를 배우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기본기를 익히게 된다. 먼저 배에 힘을 줘 울리는 목소리는 내는 발성, 보다 예쁘고 유연한 몸동작을 익히기 위한 발레를 통해 노래와 춤의 '내공 쌓기'를 하게 된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수업 대부분을 발성과 발레에 쏟는다. 이후에도 수업마다 30분씩 발성으로 목을, 발레로 몸을 푸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기본기를 다진 다음엔 본격적인 춤과 노래 연습에 들어간다. 뮤지컬에 나오는 댄스 동작을 하기 위한 탭댄스, 뮤지컬의 다양한 댄스 동작이 나오는 춤을 소화하기 위한 기본기로 재즈댄스를 배운다. 여기에 본격적인 뮤지컬 노래를 배운다. 2007년엔 '라이온킹'과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노래들을 위주로 했다. 작년엔 '사운드 오브 뮤직' 전곡을 다 배우기도 했다. 올해엔 이외에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어린이 뮤지컬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 아이들이 친근하게 접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노래들을 배울 계획이다.

영어 뮤지컬 수업을 위해 초빙된 지도강사 여현지(29)씨는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한다. 여씨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AMDA 뮤지컬 대학을 2006년 졸업하고, 2007년 상반기까지 한 해 동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어 뮤지컬반' 이춘기(46)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춤과 노래로 영어를 배우다 보니 영어표현을 쉽게 외워 버린다"라며 "자발적 수업이지만 결석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전편 공연하기도

한 해 동안 배운 실력으로 아이들은 지난달 11일 학부모와 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운드 오브 뮤직' 전편을 공연했다. 학생들은 이 공연을 위해 1년 동안 연습을 했다. 아이들에게 떨리는 첫 무대였지만 주요 장면을 재연하며 인사하는 마지막 커튼콜까지 훌륭하게 소화했다.

기한승 교감은 "공연을 마친 아이들의 표정은 개선장군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 공연을 본 조민상(6학년)군의 어머니 이기향(분당구 수내동·38)씨는 "뮤지컬을 많이 보러 다니는데 아이들이 전문 배우 못지않은 노래와 춤, 능숙한 표정까지 연기해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 공연에 앞서 작년 11월엔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정성노인의 집'이라는 양로원에 위문공연을 갔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말하는 노래와 춤에 흥이 나 일어서서 어깨춤을 췄다고 한다. 뮤지컬 공연 중간 중간엔 김새연(당시 6학년)양이 플루트를, 박형태(당시 6학년)군은 단소를 각각 연주를 해 흥을 돋웠다. 1시간20분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말벗도 해드렸다.

초림초교 김철하 교장은 "아이들이 영어 뮤지컬을 통해 영어와 예술적 소양까지 갖춘 글로벌 인재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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