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 누가 누구를 조정한 것인가?

입력 : 2009.03.04 18:25

뮤지컬 '쓰릴 미'

뮤지컬 '쓰릴 미'/사진=뮤지컬헤븐
뮤지컬 '쓰릴 미'/사진=뮤지컬헤븐

전대미문의 살인사건, 그 뒤에 숨겨진 진실

미국 전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살인사건의 주인공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처드 로브'. 유괴와 살인으로도 모자라 끔찍한 방법으로 사체를 유기한 이들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로스쿨 입학이 예정된 수재들이었다.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해 마치 게임을 즐기듯 살인을 저지른 두 사람은 완벽하게 자신들의 흔적을 감췄다고 생각했지만 사건 현장 주변에 떨어져 있던 안경이 단서가 되어 결국 체포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명문을 남긴 변호사 찰스 대로우의 변호로 사형을 면하는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잔인한 살인방법 만큼이나 세상을 경악케 했던 것은 두 범인이 열아홉 게이 소년들이었다는 것. 뮤지컬 '쓰릴 미'는 끔찍한 실제사건 보다는 두 남자의 관계에 중심을 두고 실존인물인 '네이슨'과 '리처드'라는 이름 대신 '나'와 '그'라는 불특정 인물을 무대 위에 세운다.

총명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의 '나'와 다른 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탓에 인생이 지루하기만 한 '그'. '나'는 '그'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고, '그'는 '나'를 이용해 더 큰 자극을 얻으려 한다. 서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피의 계약'으로 맺어진 이들의 관계는 깊이를 더 할수록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데. '그'에게 집착하지 않았다면 끔찍한 범죄행위에 가담하지 않았을 '나'와, '나'와의 계약이 없었다면 그토록 극단적인 자극을 원하지 않았을 '그'.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누가 누구를 조정한 것인가?


무대를 채우는 두 남자와 한 대의 피아노

주인공들의 정확한 이름 대신 '나'와 '그'라는 모호한 호칭을 사용해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는 '쓰릴 미'. 살인사건, 동성애 등의 범상치 않은 소재와 두 남자의 복잡한 심리를 그려내는 것은 두 명의 배우와 한 대의 피아노뿐이다. 서로에 대한 갈망, 애정과 증오, 현실에 대한 불만, 불안과 공포 속에서 빈틈없이 진행되는 극의 전개는 한 순간의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90분의 공연시간 동안 두 명의 배우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그 모든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을 무대로 이끈다. 때로는 음산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극을 이끌어 가는 음악을 책임지는 것은 피아노 한 대. 공연 내내 '제3의 배우'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피아노 선율은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 내며 작품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뮤지컬 '쓰릴 미'  

기간 : 3.7-5.24  
시간 : 화-금 20:00 토·일·공휴일 15:00 18:00  
장소 : 신촌 더스테이지
문의예매 : 02.74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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