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주 "여성에 한밤 '신음소리 스토킹' 당했다"

입력 : 2009.03.03 14:17
뮤지컬배우 남경주(45). 두 말이 필요없는 한국뮤지컬의 1세대 스타다. 뮤지컬 '아이러브유' 공연을 앞두고 서울 학동의 한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기자의 기억으로 그는 4, 5년 전부터 독서광이 됐다(그를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는다). 이날도 가방 옆에 박이문교수의 '나는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철학에세이가 놓여있었다. 책 얘기부터 꺼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남경주. 그는 "연극이론가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는 진실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명언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산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남경주. 그는 "연극이론가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는 진실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명언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산다"고 말했다.

― 항상 책을 들고 다닌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배우 역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예술이란 결국 진선미를 추구하는 작업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선 끊임없는 자기연마가 필요하다. 책 읽기는 그 중의 하나이다.


― 많이 안다고 꼭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물론이다. 하지만 재능만 갖고 하는 연기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금씩 세상과 자신을 보는 눈이 확장되어야 텍스트가 새롭게 보인다. 그래야 디테일한 연기를 할 수 있다.

― '생각없이' 연기했던 시절이 있었나.

▶있었던 정도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엉겁결에 스타덤에 올라 10여년 동안 솔직히 뭘 모르고 지냈다. 나만 잘하면 작품이 잘 되는 줄 알았다. 내 멋에 빠져 유아독존식으로 지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지난 84년 '대춘향전'으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판타스틱스'로 첫 주인공을 맡은 이래 10여년간 줄곧 정상의 스타로 군림했다. 특히 최정원과 콤비를 이루며 뮤지컬 대중화의 주역이 됐다. 2000년 이전까지 그에겐 필적할만한 라이벌조차 없었다. 

― 8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뮤지컬계 원조 '꽃남'으로 인기가 엄청났다.

▶내 얘기라 좀 쑥스럽지만… 대단했다. 매일 팬들이 준 선물로 차 뒷자리가 꽉 찼다. 여성스토커도 몇 명 있었다. 밤이면 전화해서 '하악하악' 신음을 내 아주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웃음)

― 그때가 그립지 않나.

▶인기란 게… 솔직히 무상할 때가 있다. '옛날엔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이라는 배신감마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요즘은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 배우로서 전환점은 언제였나.


▶2000년대 초반 두 작품에 겹치기 출연한 적이 있는데 누군가 '남경주가 이제 지쳐보인다'고 리뷰를 썼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마침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던 때였다. '아, 내가 이래선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재충전을 시작했다.

― 배우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은.

▶1999년쯤인가, 괴로운 일이 있어 밤새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얼마나 마셨던지 다음날 공연 시간이 다 됐는데도 술이 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상태로 무대에 섰는데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후끈거린다.

요즘 뮤지컬계의 현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 고참 배우로서 요즘 뮤지컬계를 보면 어떤가.

▶솔직히 걱정이다. 시장이 커져 작품은 많아졌지만 흥행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뮤지컬의 기본인 연극정신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이 늘고 있는데.

▶그렇지않아도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연예인들이 여유가 있다고 해서 오케스트라나 발레, 오페라에 출연하지는 않는다. 유독 뮤지컬에 몰려온다. 그들을 탓하려는게 아니다. 단지 '나도 가서 할 수 있겠다'고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은 문제다. 뮤지컬인들의 책임이다. 우리들이 춤과 연기, 노래를 날마다 갈고 닦았다면 이렇게 뮤지컬을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 연예인 덕분에 팬들의 관심을 끄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물론이다. 하지만 상업예술도 예술이다. 뮤지컬을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서로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3월6일 KT&G 상상아트홀에서 오픈하는 뮤지컬 '아이러브유'에서 1인15역을 연기한다. 2004년 국내 초연된 '아이러브유'는 로맨틱 코미디 붐을 가져온 화제작이다.

― 초연 멤버로서 다시 서는데.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출연했다. 3년 만에 하니까 새 작품을 하는 것 같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아주 즐거우면서 진한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많이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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