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의 '오셀로' 도쿄무대예술제서 공연
지난 28일 일본 도쿄의 도쿄예술극장. 한국 연희단거리패와 일본 구나우카 극단이 합작한 연극 《오셀로》(연출 이윤택)의 무대는 이렇게 열렸다. 일본의 노와 한국의 샤머니즘으로 셰익스피어 원작을 가로지르겠노라고 선언하는 길놀이였다.
《오셀로》는 무너지는 영웅의 이야기다. 피부색이 검은 무어인인 오셀로는 영웅이면서도 인종차별을 당한다. 오셀로가 복수심에 불타는 부하 이아고의 꾐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의 부정(不貞)을 의심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윤택은 작품의 배경인 베네치아를 반도(한국)로, 사이프러스를 섬(일본)으로 바꾸고 노의 연기 스타일과 한국의 별신굿을 뒤섞는 모험을 시도한다. 스스로 말하듯 무대는 '비빔밥'이다.
본래 노 대본이라서 일본 관객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어(古語)는 자막으로 풀어줬다. 타악이 빨라져도 움직이는 속도는 그대로였고 거의 정지 상태일 때도 있었다. 제주 해녀들이 부르는 구성진 〈서우제 소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셀로가 물동이를 신발처럼 쓰는 장면, 배우들이 몸과 몸을 쌓아 만드는 그림 등은 낯설었다.
고통받던 데스데모나는 천장에 매달린 줄들에 몸을 감은 채 주저앉는다. 그 순간 핀라이트가 떨어지고 한국 음악가 원일이 보인다. 그가 부는 피리 소리가 그윽하게 죽음을 어루만졌다. 곧바로 오셀로와 이아고의 희극적 목욕 장면을 이어 붙여서 긴장을 이완시켰다.
극의 막바지, 음악이 고조되고 배우들은 다 쓰러지며 경련을 일으킨다. 무당의 초혼(招魂)으로 죽은 데스데모나가 불려 나온다. 일본의 노에는 액(厄·비극)을 풀어주는 기능이 없지만 한국 굿의 끝은 화합이고 해피엔딩이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손을 잡는다. 배우들은 다 같이 뛰면서 노래하고 춤췄다. 객석으로도 내려와 흥을 전했다. 40대 여성 관객 니와 유카리씨는 "원일의 구음이 좋았고 일본에는 없는 원형 춤(강강술래)으로 마무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오셀로》는 제1회 도쿄무대예술제 참가작으로 일본의 긴장(비극) 문화, 한국의 이완(희극) 문화가 공존을 모색한 무대였다.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 축제의 주제는 '새로운 리얼리즘(사실주의)'. 독일에서 온 《칼 마르크스: 자본론 1권》, 일본·이란·프랑스 연출가가 공동 창작한 《유토피아?》 등 연극 19편이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