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그녀들의 발칙한 수다

입력 : 2009.02.13 10:33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만드는 세 여배우
이경미, 전수경, 최정원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왼쪽부터)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사진=성남문화재단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왼쪽부터)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사진=성남문화재단

잘 맞춰진 트라이앵글

연극계 트로이카를 박정자, 손숙, 윤석화이라고 할 수 있다면 뮤지컬계에서는 이경미, 전수경, 최정원을 꼽을 수 있다. 한국 공연계에 이들처럼 훌륭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트라이앵글이 많아진다면 극장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얼마나 행복해질까.

전수경(이하 전)_ 그럼 우리도 이제 세 자매?(웃음)

최정원(이하 최)_ 난 윤석화 대표가 손숙, 박정자 선생님을 챙기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 두 언니를 모실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야. 앞으로 세 자매의 활약을 지켜봐주세요, 라고 인사하고 다녀야겠어.

이경미(이하 이)_ 우리가 이렇게 된 건 아마 <맘마미아>때가 결정적이었지? 당시 우리 때문에 즐거워했던 관객이 이번 연극에서도 같은 느낌이면 참 좋겠어.

전_ 소극장 무대는 확실히 느낌이 달라.

최_ 첫 공연 전날 잠을 거의 못 잤어. 자면서도 대사 외우고 신경 쓰고. 감정이 폭발하면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면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까 실은 근질근질해(웃음).

전_ 시작할 때는 의기양양했는데 뚜껑 열고 보니 그렇지만도 않아. 더구나 이번 공연은 관객과 함께하는 부분이 많아서 더 부담이 되거든. 그런데 난 이 작품을 유독 하고 싶었어. 축축함보다는 뽀송뽀송한 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여러 면에서 내가 가진 느낌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거든.

최_ 내 경우엔 솔직하게 말해서 말야, 작품에 대한 욕심보다 언니들이랑 하는 게 더 좋았어(웃음). 실제로 <맘마미아>를 하면서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거든. 소극장 연극이라서 관객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하면 할수록 그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

이_ 난 이지나 연출과 영국에서 같이 공부도 했고 의식과 사고가 비슷해서 그런지 서로의 신뢰도 깊어. 영국에서 귀국해 작품에 목말라 있을 때, 2001년쯤이었나? 지나 씨가 이 작품의 출연 제의를 한 적이 있었어. 그때 두말없이 오케이를 했었는데 그때는 김지숙, 예지원씨와 함께 내가 셋이 출연했었어. 이번에는 내가 먼저 우리 셋이서 하겠다고 제의했는데 연출가가 망설임 없이 오케이 했던거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왼쪽부터)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사진=성남문화재단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왼쪽부터)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사진=성남문화재단
전_ 초연 때도 세 명이 했는데 그 때 토크는 없었어?

이_ 그 때는 사회적으로 이런 식의 토크가 아예 불가능했어.

전_ 이번엔 우리가 시도한 토크쇼 형식, 다들 어떻게 생각해? 솔직함을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매력적이잖아.

이_ 난 오히려 토크 장면 걱정은 덜 돼. 싱글맘인 데다 아이도 커서 이젠 이것저것 이해할 나이다 보니 오히려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전_ 내 쪽에서 주로 질문을 하다 보니 적어도 내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은 그대들에 비해서 좀 덜하지(웃음). 그런데 이 속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 관객과 동화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란 점이 새록새록 소중하게 느껴져.

이_ 맞아. 오늘도 어떤 관객이 그랬잖아. “전수경 씨, 그거 정말이에요?” 그러고 나니까 객석에서 주의집중하는 기운이 확 느껴졌거든. 그게 진짜 소극장 매력인 것 같아.

최_ 첫 공연 때 팬클럽 친구들이 왔었는데 공연 중 ‘콘돔이야기’가 정말이냐는 거야. 진짜라고 했더니 오히려 남편을 칭찬하는 거 있지? 별나라 사람인줄 알던 여배우와 공유할만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 것 같아. 내게도 그건 행복한 일이었어.

이_ 토크만 하는 게 아니고 우리에겐 연기라는 숨은 힘이 있잖아. 닥쳐올 풍파를 걱정해서 너무 몸을 사리지 않아도 될꺼야. 솔직해 지자고(웃음).

전_ 내가 비록 진보적인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성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했더니 내 스스로가 보기에도 나 한 층 ‘쿨’해진 것 같아.

최_ 배우가 본인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잖아. 자기를 보여주는 건 굉장한 용기지. 언니들이 솔직하게 진짜 우리 얘기를 하자고 해서 나도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거야. <아트뷰>에도 이 말은 꼭 해야겠어. “여러분, 우리의 토크는 다 진실이랍니다.”

이_ 사실 이 작품 초연 때는 여성의 성기며, 성 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가 무대에서 웃고 떠드는 것을 경박스럽게 봤을 정도였어.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웠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시대가 달라진 것 같고, 무엇보다 셋이서 함께 하니까 분위기가 훨씬 밝아져서 난 아주 좋아.

최_ 토크가 갖는 비중이 생각보다 큰가봐. 다들 재밌대.

전_ 재밌대?

최_ 응. 이해도 더 쉽고. 내가 ‘자위’얘기를 그렇게 리얼하게 하지 않았으면, 그 다음 장면인 워크숍에 관한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하더라고.

전_ 신음 장면까지도 우리가 함께 리액션을 넣으니까 너무 재밌어. 정말 훌륭하잖아?(웃음)

이_ 맞아 맞아. 그게 우리 힘이지(웃음).

최_ 기자님, 삼총사라고 꼭 써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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