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번째 결혼… 이번이 마지막일까

입력 : 2009.02.12 03:21

연극 '억울한 여자'

뭐가 그토록 억울할까. 《억울한 여자》(연출 박혜선)라는 제목의 연극을 보러 간 관객이 그 사연에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시작은 조용하고 일상적이다. 일본 어느 시골의 카페. 그림책 작가 다카다(박윤희)와 팬인 유코(이지하)가 앉아 결혼 방식을 논의한다. 이번이 네 번째 결혼이고 '이혼 부자'라는 유코가 말한다. "자기가 마지막 사람이 됐으면 해. 지금까지는 금방 파탄 났거든. 아무래도 내가 좀 별난가 봐."

짐작대로 그녀가 '억울한 여자'다. 연극은 몇 가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포갠다. 동·식물의 성향이 뒤바뀐 다카다의 동화, 7년 전 마을에 생긴 에너지연구소, 죽지 않고 가을까지 운다는 떨매미 등이다. 늘 "내가 이상하지 않은가"라며 자기검열을 하고 다카다의 사랑까지 의심하는 유코가 신비의 떨매미를 찾아 나서면서 극은 급회전을 한다.
《억울한 여자》의 유코 이지하(오른쪽)와 다카다 박윤희. /극단 전망 제공
《억울한 여자》의 유코 이지하(오른쪽)와 다카다 박윤희. /극단 전망 제공
《억울한 여자》는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땅속에서 7년을 보내고 지상에서 1주일 사는 매미의 일생, 유코의 유별난 사랑, 정체 모를 에너지연구소 등을 재료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엮어낼 뿐이다. 적역에 가까운 이지하의 연기와 리듬감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 대본을 결대로 깎아 펼쳐놓은 연출이 어우러져 객석 반응이 좋았다. 연극은 남성과 여성, 결혼과 불륜, 동물과 식물의 이미지 등에 대한 통념을 설득력 있게 깨뜨렸다.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결혼과 이혼, 그리고 불륜에 대한 접근법도 신선했다.

이 연극은 "인간의 수명은 원래 짧았고 그 시한을 넘긴 삶은 쓰라리다"고 말한다. 매미의 '지상에서의 1주일' 같은 시간, 그것을 찾아 의심하고 헤매는 유코의 몸부림이 절묘하게 겹쳐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

극의 마지막, 새 남자를 만난 유코는 "처음부터 내가 이상하다고 말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아이 좋아라" 한다. 하지만 의심은 또 솟아나고 행복은 파탄 난다. 그래서 억울하다. 떨매미처럼 울고 싶어진다. 맴맴맴.

▶3월 8일까지 대학로 이다2관.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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